“유인물 배포-정치 구호땐 문화제 아니다”

  • 입력 2008년 5월 10일 02시 58분


부산지법 “신고 안하면 불법 집회”

유인물과 대형 현수막이 등장하거나 정치적 구호를 제창하면 순수한 문화제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에 대해 ‘불법 집회’라는 의견과 ‘순수 문화제’라는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나온 판결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부산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고경우)는 9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총 전 부산지역본부장 최모(55) 씨와 현 부산본부장 현모(45) 씨 등 5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도한 행사 명칭은 촛불문화제였으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부산시민대회’라는 대형 현수막을 걸고 시민에게 유인물 1000여 장을 배포한 점, 정치적 구호를 제창하고 상당 구간을 행진한 점으로 볼 때 순수한 목적의 문화제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홍보물 상영, 노래, 율동 등 문화제적 요소로 행사를 구성했어도 집회의 성격을 띤 것이 분명한 이상 집시법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집회와 문화제의 구분은 주된 목적, 시기, 장소, 내용, 참가자의 행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씨 등은 2006년 11월 부산시청 앞에서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한미 FTA 저지 집회를 개최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러자 “노래와 율동으로 이뤄진 촛불문화제였는데 집시법으로 처벌한 것은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당시 집회는 ‘한미 FTA 협상 체결되면 국제통화기금(IMF) 백배 충격 온다’는 유인물 배포에 이어 ‘나라의 경제주권을 미국에 팔아넘기려는 한미 FTA를 중단하라’ 등 사회자 발언과 참가자 구호 제창의 순으로 진행됐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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