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서 49명 파도에 휩쓸려 36명 사상

  • 입력 2008년 5월 4일 15시 17분


보령 죽도 사고 구조 현장. 변영욱 기자
보령 죽도 사고 구조 현장. 변영욱 기자
충남 보령 앞바다에서 갑작스럽게 높은 파도가 쳐 갯바위에 있던 낚시객과 나들이 온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파도에 휩쓸려 36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특히 어린이날을 앞두고 어린이 사상자가 8명이나 발생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당시 사고 지역에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광객이 많았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라 실종자가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6일 사고 지역 주변 해역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연휴를 맞아 전국에서 관광객이 찾아와 죽도와 주변 방파제 등에 주차된 차량 조회에 나서고 있다"며 "실종자 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4일 낮 12시 42분경 충남 보령시 남포면 월전리 일명 '죽도' 나루터와 죽도 서쪽 및 동쪽 갯바위, 죽도에서 1㎞ 정도 떨어진 대천해수욕장 남쪽 갯바위 등 4곳에서 높은 파도로 35명(경찰추산)이 휩쓸려 바다에 빠졌다.

이 사고로 가족나들이 온 박성호(35) 씨와 박 씨의 아들 성우(5) 군, 추창렬(45) 씨와 추 씨의 조카 추승빈(9) 군 등 9명이 숨졌다.


보령 죽도 서쪽 갓바위 난간 CCTV에서 잡은 사고 순간
동영상 : 이기진 기자


플레이 버튼(▶)/ 사고현장
동영상 촬영: 이기진 기자

경찰은 구조된 27명 중 일부는 중태인데다 실종자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희생자가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보령시 죽도출장소 이상환 소장은 "높은 파도가 한번 덮쳤고 이상 증후는 없었다"며 "제트기 같은 소리가 '쨍'하니 들린 뒤 폭파 음이 나더니 방파제를 파도가 덮쳤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 지역 해상에는 강한 바람에 높은 파고가 예상된다는 기상예보는 있었으나 해일주의보는 발령되지 않았다.

기상청은 "기상상황에 의한 폭풍해일이나 지진에 의한 지진해일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만조 때 해안을 따라 흐르던 강한 조류가 인공적으로 구축된 방파제의 영향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원인은 계속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사고 직후 인근 주민 등이 어선을 동원해 긴급 구조에 나섰으나 사고 지점이 죽도 선착장과 인근 갓 바위 등 4곳으로 분산돼 신속한 구조작업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와 함께 가족단위 관광객이 많아 인명피해가 더욱 커졌다.

해경과 경찰, 소방방재청은 헬기 2대와 경비정 8척을 동원해 실종자 수색을 벌였으나 날씨가 흐린데다 해가 져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해경 등은 8일 오전부터 수색 작업을 재개하기로 했다.

해경 관계자는 "관광객 중 가족 전체가 실종됐을 경우 실종자 신고를 하지 못했을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실종자가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수색을 계속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보령=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보령=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사망

▲박종호(36.충남 연기군 금남면 용포리) ▲박성우(4.박종호씨의 아들) ▲김경환(44.충북 청주시 공무원.청주시 흥덕구 분평동) ▲추창렬(45.경기 안산시 고잔동)▲추승빈(7.서울 성북구 길음2동.추창렬씨의 조카) ▲최성길(63.연기군 조치원읍 죽림리) ▲이육재(45.연기군 조치원읍 빈암리.최성길씨의 처남) ▲박선규(48.경기 수원시) ▲박주혁(15.경기 수원시.박선규씨의 조카)

◇부상

▲이덕진(32) ▲정태권(8.충북 청원군 오창읍 각리.이상 중태) ▲정태양(10.정태권군의 형) ▲김혜리(37.여.추승빈군의 어머니) ▲김재환(11.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2동) ▲김민준(10) ▲장민석(42.충남 천안시 구성동) ▲김숙자(51.여.보령시 의평리) ▲김은정(31.여.보령시 의평리) ▲정우석(39.대전시 대덕구 법동) ▲정유민(7.

대전시 유성구 갑동) ▲권혁미(37.여.정태권군 형제의 어머니로 추정) ▲김혜곤(31.

충남 천안시 목천읍) ▲임종엽(11.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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