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이방인 차별 여전… 우리 모두 가슴 열어요”

  • 입력 2008년 5월 2일 06시 13분


■ 열번째 생일 맞은 경남 외국인노동자 상담소

봉사자 포함 50여명 그들과 함께 ‘울고 웃고’

작년에만 체불-산재-의료 등 2215건 해결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경남 창원시 팔룡동)가 개소 10주년을 맞았다.

가난과 굶주림을 극복하기 위해 이역만리에서 한국을 찾아온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이주민 등과 부대낀 지 10년이 됐다.

외국인 근로자 등과 절망, 눈물, 웃음, 희망을 공유한 상담소 이철승(46·목사) 소장과 직원은 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안식처이자 ‘수호천사’다.

▽‘10년을 하루같이’=상담소는 1998년 5월 1일 창원종합터미널 건너편 3층에 문을 열었다.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이주민, 외국 국적 동포, 난민의 인권 보호와 복지 증진이 목적이었다.

임금 체불, 산재, 폭행 등 노동 관련 상담에서부터 생활법률, 교육, 의료, 복지 등 다양한 사업을 펴고 있다. 이주민을 모아 설, 추석, 노동절에 축제를 열어주고 시민인권대학과 아시아요리교실을 개최한다.

지난해에만 체불 임금과 산재, 의료 등 모두 2215건을 상담을 통해 해결했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의 상담 및 해결 실적은 9462건이고 금액도 수십억 원에 이른다.

매주 토 일요일 오후 2시부터 상담소 강당에서 열리는 이주민 한국어교육에는 해마다 10여 개 나라, 1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산업안전교육과 이주민 인권교육을 거쳐 간 사람도 해마다 400명 안팎을 헤아린다. 상담소 옆에 딸린 ‘쉼터’에는 하루 평균 30여 명, 연간 7500∼1만여 명의 이방인이 찾아와 휴식을 취한다.

연수생제도 폐지와 고용허가제 전면 실시 촉구 대행진, 이주노동자 강제추방정책 규탄 농성,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대회 등도 개최했다.

▽이 소장과 ‘식구’들=이 소장은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지킴이’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80년대 말 경남 마산의 한 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일하다 외국인 근로자가 임금 체불, 폭행 등의 인권유린을 당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1997년 여름 팔을 걷었다. 이듬해 상담소를 차린 그는 10년을 하루같이 이들과 함께 생활해 왔다.

그동안 김영덕, 차정인 변호사와 강현영, 김경선 원장 등이 차례로 이사장을 지내며 적극 후원했다. 현 이사장은 박영민 원장. 김형민 실장(목사)과 성수진, 김광호, 김민성 팀장에다 김민옥, 최수영, 김정수, 김미라 간사가 상근자다.

통역봉사자 4명도 함께하고 있다. 무료병원인 ‘엔젤클리닉’, 이미용, 법률상담 등을 무료로 하는 봉사자까지 합치면 50명을 넘는다.

▽기념행사=상담소는 1일 오후 창원의 드래곤호텔에서 창립 1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외국인 근로자와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았던 주요 사건과 정책 등을 모은 현장보고서 ‘이주민들의 대한민국’이라는 책도 선보였다.

7일 오후 3시에는 창원대 국제교류센터에서 ‘이주노동정책의 국제적 흐름과 향후 과제’ 등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다.

이 소장은 “아직도 외국인 근로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법률 제정과 행정 지원, 제도 개선 등은 미흡하다”며 “이들이 희망의 길을 함께 가꿔나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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