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서 티샷을…”

  • 입력 2008년 4월 30일 03시 00분


난지도 골프장 개장 직후 시민들이 골프를 즐기는 모습. 쓰레기 매립지를 활용한 대중 골프장은 외국에서는 흔한 편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난지도 골프장 개장 직후 시민들이 골프를 즐기는 모습. 쓰레기 매립지를 활용한 대중 골프장은 외국에서는 흔한 편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인천시 아시아경기 앞두고 36홀 친환경 골프장 추진

환경부 지지로 사업 급물살… 서울시 결심만 남아

인천아시아경기대회(2014년)에 참가한 골프선수들이 수도권 쓰레기매립지(인천 서구 백석동)에서 티샷을 날릴 수 있을까.

매립지에 국제 규격의 골프장을 건설하려는 인천시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계획에 부정적이던 환경부가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사업 추진이 빨라지고 있다.

인천시는 아시아경기를 친환경 대회로 치르기 위해 제1매립장 142만9000m²(43만2200여 평)에 36홀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매립이 진행 중인 매립지에 경기장을 짓는 것은 올림픽 월드컵 아시아경기를 통틀어 세계에서 처음.

호주 시드니는 2000년 하계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매립이 완료된 쓰레기매립지에 경기장을 지어 환경올림픽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인천시는 수도권매립지 골프장을 포함한 2014 아시아경기 경기장 계획을 이달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해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다.

○ 환경부 “외국도 쓰레기매립장에 골프장 건설”

수도권매립지 골프장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땅 주인(공유수면 매립면허권자)인 서울시(지분 71.5%)와 환경부(28.5%)가 반대 의사를 밝혔기 때문.

환경부가 최근 적극 지지로 돌아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폐기물관리시설로 돼 있는 수도권매립지 용도에 체육시설을 추가하는 ‘도시계획시설 중복결정’에 필요한 동의서까지 썼다.

매립지 땅의 또 다른 주인인 서울시까지 동의하면 법적인 걸림돌은 사라진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제스포츠대회를 유치한 인천시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고 외국에서도 쓰레기매립지에 대중골프장을 만들어 시민들이 이용하도록 하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서울시를 설득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을 찾아가 인천 아시아경기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골프장 조성에 협조하도록 요청했다.

오 시장은 “골프장 조성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민감한 난지골프장 문제가 아직 결론이 안 났으니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조성한 난지골프장을 시민공원으로 전환하는 사업은 서울시와 공단이 보상금액에 거의 합의한 단계.

서울시 관계자는 “화장실과 조명시설을 갖춘 뒤 올해 공원을 개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서울시 “골프장은 곤란” vs 환경부 “서울시 우려는 기우”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408만9000m²(123만6900여 평) 규모의 제1매립장 면적 중 35%(43만2200여 평)를 대중골프장으로 바꾸기로 했다.

나머지 65%(80만4600여 평)는 공원과 자연생태 공간, 레저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5만7400여 평)의 3배 가까운 16만8800여 평은 이미 자연생태 공간으로 바뀌었다.

골프장에서 발생하는 이익금은 매립지 공원화 사업에 전액 재투자할 계획이다. 1인 이용료(18홀)는 8만5000∼10만 원 수준에 맞출 예정.

공사는 “한국의 관문인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매립지 옆으로 지나가고 인근에 청라경제자유구역과 검단신도시가 들어서 매립지를 예전처럼 방치해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구상은 서울시가 동의하지 않으면 추진하기 힘들다. 서울시는 그동안 “매립이 완료된 뒤에도 수도권매립지를 재사용해야 한다”며 골프장 건설에 부정적이었다. 생태공원 조성에는 찬성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쓰레기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므로 매립지는 후손도 계속 사용해야 한다. 골프장을 만들면 나중에 재사용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매립지는 처음에 조성할 때 예상 사용수명이 2018년이었지만 매립에서 소각으로 쓰레기 정책이 바뀌면서 사용수명이 200년 이상 될 것”이라며 “그 뒤에나 결정할 재사용 문제를 들어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나중에 정말 매립지 재사용이 필요하다면 그때까지만 골프장을 사용하고 허물면 되지 않느냐. 생태공원은 되고, 골프장은 안 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