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일 단기방학 직후 시험, 쉬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 입력 2008년 4월 23일 03시 01분


“어린이날까지 공부… 애들이 안쓰러워”

“매일 학원에 시달리는 아이가 어린이날까지 시험공부에 매달려야 한다니 너무 속상합니다.”

직장인 A 씨는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강선초교에 다니는 아들의 5월 학교 일정을 듣고 두 번 속이 상했다.

처음엔 학교가 5월 1∼3일을 단기방학으로 정해 어린이날인 5일까지 닷새를 내리 쉰다는 소식에 한숨을 내쉬었다. 부부 모두 토요일도 출근하기 때문에 어린 아들을 사흘간 어디에 맡길지 난감했기 때문이다.

A 씨가 더욱 놀란 건 단기방학 바로 다음 날인 6일 중간고사를 치른다는 사실이었다.

A 씨는 “평소에 아이와 제대로 놀아주지 못해 어린이날이라도 놀이공원에 데려가려고 했다”면서 “학교에서는 애들이 불쌍하지 않는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부터 초중고교가 학기 중에 재량에 따라 휴교할 수 있는 단기방학이 생겨나면서 맞벌이 부모들의 고충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학교가 단기방학 직후에 중간고사를 편성해 학생과 학부모의 원망을 사고 있다.

서울과 경기 지역의 경우 상당수 초중학교가 연휴가 이어지는 어린이날과 부처님 오신 날(12일)을 전후해 3∼5일의 단기방학을 실시한다.

이달 말 중간고사를 치르는 학교도 있지만 단기방학 직후에 중간고사를 실시하는 학교들이 적지 않아 체험학습 활성화라는 단기방학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지방의 중학교 중에는 어린이날부터 부처님 오신 날까지 단기방학을 실시한 뒤 곧바로 13일부터 중간고사를 치르는 곳도 있다.

자녀가 경기 수원시 원천중에 다니는 직장 여성 B 씨는 아예 20만 원을 사례비로 주고 이웃집 대학생을 ‘1주일 과외교사’로 모셨다. 이 학교는 5월 1일부터 5일까지 단기방학을 한 뒤 8일부터 중간고사를 실시한다.

B 씨는 “학교에 안 가면 하루 종일 게임만 할까 봐 할 수 없이 중간고사 공부를 시켜줄 사람을 구했다”면서 “학교에 항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아이가 미움을 살까 봐 속만 끓이고 있다”고 말했다.

초중학교 인근의 소규모 보습학원에서는 단기방학용 중간고사반을 급히 만드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 강동구 M학원은 5월 초에 초등 5, 6학년 중간고사 대비반을 만들어 벌써 20여 명의 신청을 받았다. 경기 부천시의 D학원도 단기방학 이후에 중간고사를 치르는 중학교를 대상으로 특별수업 홍보를 하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 홈페이지에는 ‘단기방학이 오히려 사교육을 부채질한다’는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지만 교육청은 학교 자율 사항이라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어 2학기에도 같은 부작용이 되풀이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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