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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8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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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대 경제학과에 7년째 다니는 이모(27) 씨.
이 씨는 올해 1학기에 졸업 학점을 모두 딸 수 있었지만 일부러 3학점(1과목)을 남겼다. 하반기(7∼12월) 기업 채용에 대비해 학교를 좀 더 다니기로 한 것이다. 2학기 때 취업에 실패하면 휴학→해외연수→내년 2학기 복학→취업 재도전의 계획도 세워 뒀다고 했다.
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졸업을 늦추는 대학생이 늘고 있다. 2년 이상 졸업을 미루는 ‘졸업 기피생’도 급증하고 있다. 이는 졸업생 신분보다는 재학생 신분이 취업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 2년 이상 졸업 유예 크게 늘어
H대 법대를 다니는 이모(29) 씨는 사법시험 1차 결과 발표를 앞두고 고민이 깊어졌다. 합격 여부에 따라 이번 학기에 졸업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로 대학에 입학한 지 9년째인 이 씨는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하반기 기업 공개채용에 대비해 다시 한번 졸업을 미룰 생각이다.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는 최근 지난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1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대학 재학 기간을 조사한 결과 남학생은 평균 7년 2개월, 여학생은 4년 8개월로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이는 5년 전인 2002년보다 각각 5개월, 2개월이 늘어난 수치다.
인크루트는 “남학생은 2003년 육군 복무 기간이 2개월 단축된 것을 감안하면 실제 재학기간은 7개월 이상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졸업생 중 졸업을 2년 이상 미룬 ‘졸업 장기유예족(族)’이 2002년보다 2배가량으로 증가했다. 남학생은 2002년 전체 조사 대상의 3.38%가 졸업을 2년 이상 미뤘는데, 이 수치가 지난해 7.73%로 늘어났다. 여학생도 같은 기간 4.77%에서 9.8%로 증가했다.
○ ‘정상적인 졸업 절반도 안 돼’
올해 대학 입학 8년째인 Y대 경제학과 민모(26) 씨는 아직도 졸업에 필요한 학점이 18학점이나 남았다. 민 씨는 최근까지 행정고시를 준비하던 이른바 ‘공시생(公試生)’이었다.
하지만 1월 치른 행시 1차 시험을 망치고 나서 3년간의 ‘공시생’ 생활을 접고 취업을 위해 휴학했다. 영어 실력도 부족한 데다 낮은 학점 때문에 당장 취업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내년에 복학하더라도 18학점을 두 학기에 나눠 이수해 졸업을 최대한 늦출 계획이다.
통상 남학생은 군복무 기간을 감안해 7년을 정상적인 재학기간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인크루트 조사 결과 지난해 7년 만에 대학을 졸업한 남학생은 39.3%에 불과했다. 여학생도 4년 만에 졸업한 비율이 48.2%로 절반에 못 미쳤다.
취업난 외에 졸업연도를 제한하는 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 방식도 졸업 기피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채용정보 업체들은 지적한다. 또 신입사원 입사 연령 제한이 완화되는 추세도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