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영어로 수업 열기 후끈 “Amazing Students!”

  • 입력 2008년 4월 1일 02시 53분


■ 올해 개교한 서울국제고 수업현장을 가다

《지난달 26일 윤리 수업이 한창인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서울국제고 1학년 교실.

이상민(16) 군이 전자칠판에 동영상 손수제작물(UCC)을 띄워놓고 반 친구들 앞에서 ‘정보화의 장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발표하고 있다. “WWW is not just World Wide Web. Now it means ‘We’ ‘Wealth’ and ‘Well developing’.”

그는 UCC 등을 통한 정보화는 개인의 자유로운 자기표현을 도와준다며 인터넷 기술의 장점을 설명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이 군의 발표가 끝나자 다른 학생들이 잇따라 정보화에 관한 의견을 밝히면서 수업은 뜨거운 토론장이 됐다.

지난달 3일 개교한 서울 지역 최초의 공립 국제고인 서울국제고를 최근 현장 취재했다.

이 학교에는 신입생 154명이 재학 중이고 수업은 철저한 발표와 토론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 국어, 국사 제외 전 과목 영어몰입교육

서울국제고는 국어와 국사, 제2외국어를 제외한 전 과목에서 최근 논란이 됐던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날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도 영어로 된 교재를 보며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 학생의 책상에는 ‘맨큐의 경제학’ 영문판과 미국의 경제 석학 폴 크루그먼의 저서가 놓여 있다. 대학에서 전공도서로 쓰일 법한 책들이 이 학교에서 부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이상민 군은 “영어로 다른 과목 수업을 하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제 익숙해졌다”며 “수업이 발표와 토론 중심이기 때문에 더 능동적으로 공부하게 되고 발표력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체류한 경험이 있는 학생도 있지만 학생들의 뛰어난 영어 실력은 국제고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틈틈이 갈고닦은 듣기와 말하기 능력 덕분이다.

평소 BBC나 CNN 등 외국방송을 보거나 영자신문, 잡지를 구독하면서 꾸준히 듣기 말하기 연습을 해 온 학생이 많다는 것이 입학생들의 특징이다.

영작문과 입시상담을 맡은 미국인 교사 존 리건 씨는 “학생 대부분이 영어 수업을 이해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며 “학생들의 열의가 대단해 요즘은 수업 준비를 내가 더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대단한 학생들(Amazing Students)”이라는 말을 연발했다.

현재 외국인 교사는 영어권 교사 2명을 비롯해 제2외국어인 중국어와 스페인어 교사 1명씩 4명이지만 계속 늘려갈 예정이다. 공모로 선발한 22명의 한국인 교사도 석사 학위 이상을 지니고 있으며 모두 영어몰입교육이 가능하다.

외국 거주 경험이 있거나 외국 대학을 나온 선생님들은 영어 실력이 거의 원어민 수준이다. 학교에서는 교사들의 영어 수준을 높이기 위해 교사 회의도 모두 영어로 진행한다.

특히 이 학교의 영어몰입교육에서 눈여겨볼 것은 혹시 수업에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르는 학생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다.

외국인 교사의 수업에는 한국인 교사가 공동수업(co-teaching)을 위해 함께 참여하고 방과 후 수업에는 영어회화와 작문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을 돕고 있다.

○ 전원 기숙사 생활과 다양한 방과 후 활동

“학교를 조기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 진학하고 싶습니다. 외교와 경영 분야를 공부해 워런 버핏 같은 글로벌 CEO나 유엔 사무총장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기숙사에서 만난 이정민(16) 양은 야무지게 포부를 밝혔다.

서울국제고의 경우 학생의 40%가 외국 대학 진학을 희망하고 있다. 이에 맞춰 경제학과 세계사 같은 선이수과목(AP)도 개설해 방과 후에 운영하고 있는데 학생들의 참여율이 높은 편이다.

학생들은 모두 기숙사(2인 1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영어 사용은 기숙사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지정된 ‘English Zone’에서는 영어로 대화해야 하고 각종 공지나 전달사항도 영문으로 게시된다.

학교와 기숙사를 오가는 반복된 생활이 답답할 법도 하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의외다.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 국악 전문가에게 해금을 배운다는 한 학생은 “방과 후 활동을 하느라 심심할 틈이 없다”면서 “얼마 전에는 라틴문화 체험을 위해 라틴 요리도 만들고 라틴댄스도 배웠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해금과 사물놀이 등 우리 전통 문화를 배울 수 있는 특별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세계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자질뿐 아니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도 함께 키워줘야 한다는 것이 학교 측 설명이다.

학비는 일반계고와 같은 분기당 등록금 36만2700원에 식비(월 20만 원) 기숙사비(월 4만5000원) 학교운영비(분기당 23만 원) 등을 합해 한 달 총 50여만 원이 들어간다.

서울국제고에는 매일 아침 전교생이 30분씩 태권도 수련을 받는 실내체육관, 인조 잔디구장, 음악실, 과학실 등 최신식 시설이 구비돼 있다. 학생들이 모의유엔회의를 할 수 있는 회의실도 있다.

이병호 교장은 “학생들의 국제 감각을 기르기 위해 미국이나 유럽으로 해외문화체험연수와 국제행사 통·번역 등 자원봉사, 국제기구 인턴십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 2009학년도 서울국제고 입시요강은…

영어듣기 일반전형까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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