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슬양도 살해” 용의자 범행 일부 시인

  • 입력 2008년 3월 17일 20시 11분


안양 초등학생 실종피살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용의자 정모(39) 씨로부터 범행일부를 자백 받았다.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7일 "정씨가 '이혜진(10) 양은 수원에 암매장했고, 우예슬(8) 양의 시신은 시화호 주변에 버렸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에 따라 이날 경기 시흥시 오이도 주변 야산과 시화공단 내 하천 등 3, 4곳에 형사대를 보내 우양의 시신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우 양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또 "범행동기와 수법, 경위, 예슬 양 매장장소 등에 대한 정 씨의 진술이 오락가락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보강수사를 벌여 정씨에 대해 살인 및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18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범행일부만 시인= 정씨는 경찰의 끈질긴 추궁에도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다 17일 오후부터 범행 일부를 시인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이 양 등이 실종된 지난해 12월 25일 오전에는 대학선배와 산본역에서 술을 마신 뒤 집에 들어와서 잠을 잤고, 오후 6시부터 9시까지는 명학역 주변에 대리운전 일을 나갔다 일거리가 없어 돌아왔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흰색 뉴 EF소나타에서 나온 혈흔에 대한 경찰의 추궁에 대해서도 정씨는 "렌터카 혈흔이 내가 범행을 했다는 증거가 되느냐, 다른 사람도 그 렌터카를 사용하지 않았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정씨는 그러나 경찰이 F대리운전 업체로부터 확보한 '이 양 등이 실종된 당일 정씨가 일을 하지 않았다'는 근무일지와 실종 당일 행적에 대한 정씨의 엇갈린 진술 등을 토대로 집중 추궁하자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씨는 지난해 12월 25일과 26일 대리운전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고 27일부터 29일까지는 정상적으로 근무를 했다"며 "정 씨는 이후 30일 하루 쉬었다 31일에 근무를 한 뒤 올 1월부터는 다른 대리운전 회사에서 일해 왔다"고 말했다.

▽곤혹스런 경찰= 경찰은 "범행동기와 경위 등에 대한 정 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며 일관성이 없다"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정씨는 이 양 등의 살해 유기사실을 일부 시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교통사고로 애들을 치어, 애들을 차에 싣고 가 버렸다"는 등 말 바꾸기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러나 아직까지 흰색 뉴EF소타나 차량의 혈흔 DNA 결과와 범행사실 일부 자백 외에는 정 씨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물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는 정씨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할 유력한 증거를 찾지 못하면 정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더라도 기각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은 이날 추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정씨의 집에 과학수사대를 보내 2차 정밀감식을 벌였지만, 혈흔이나 모발, 옷가지 등 정씨의 범행을 뒷받침할 단서는 찾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떨어지고 물증이 없어, 정씨가 아닌 제 3의 범인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신중하게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정씨가 빌렸던 뉴EF 소나타 차량을 지난해 12월 26일 이후 빌린 9명에 대해서도 행적수사를 벌였다.

▽향후 수사= 경찰은 우 양의 시신을 찾는 것이 사건 해결의 관건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정씨가 진술한 곳에서 예슬이의 시신이 발견된다면 정씨가 범인이라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정 씨의 집 이웃에 사는 초등학생들로부터 '정 씨가 동네 아이들과 친하게 지냈고 아이들이 집에도 놀러갔다'는 진술을 얻어내고 정 씨가 이 양 등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정 씨가 대리운전 기사를 하면서 수원, 화성 일대를 자주 다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최근 1년 사이 4명의 부녀자가 연쇄 실종된 경기 남부 부녀자 실종사건과의 관련성도 캐고 있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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