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씨, 왜곡된 기억 믿고 있어”

  • 입력 2008년 2월 28일 02시 55분


재판부 판결서 ‘기억이 자존심에 굴복’ 니체 인용

징역 3년 6개월 선고… 정상곤 前청장은 4년刑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고종주)는 27일 인사 청탁과 관련해 정상곤(54·구속 기소)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서 현금 7000만 원과 1만 달러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구속 기소된 전군표(54) 전 국세청장에게 징역 3년 6개월에 추징금 7947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 전 부산청장이 뇌물 상납을 진술한 경위와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법정에서의 진술 태도 등을 종합할 때 검찰의 공소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전 전 청장에 대해 ‘기억이 자존심에 굴복한다’는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말과 ‘인지부조화(왜곡된 기억이 확신으로 전환돼 사실과 다른 진술을 의식 못하는 상태)’ 개념을 동원하기도 했다.

고 부장판사는 “오랜 공직생활을 한 전 전 청장이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을 못 받아들여 자기방어기제를 발동해 혐의를 부인하고 자신의 잘못을 제3자에게 떠넘기는 방법을 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전 전 청장에게 뇌물을 주고 건설업자 김상진(43·징역 6년 선고) 씨에게서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1억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공여 및 뇌물수수)로 구속 기소된 정 전 부산청장에게 징역 4년에 추징금 1억 원을 선고했다.

정 전 부산청장에 대해 재판부는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이면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되지만 범죄 사실을 자수하는 등 반성의 의지를 보인 점을 감안해 2차례에 걸쳐 감형을 했다”고 밝혔다.

전 전 청장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계획이다. 정 전 부산청장도 곧 항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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