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119’ 소방관, 화재현장서 홀로 진압하다 순직

일산소방서 식사지역대 소방관 조동환(45) 씨는 26일 오후 2시49분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았다.

그는 화재현장인 고양시 일산서구 문봉동 T골프연습장으로 출동했다. 2명이 24시간씩 맞교대로 근무하는 '나홀로 119'에 근무하기 때문에 혼자서 소방차를 몰았다.

오후 3시3분 현장에 도착. 1층에서 불을 끄려던 그는 화재가 난 골프연습장 내 건물의 맞은 건물을 봤다.

두 건물의 3층을 연결하는 통로가 눈에 띄었다. 폭 1m, 길이 1.8m 가량으로 널빤지를 얹어 놓은 수준. 조 씨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 곳에서 진화를 시작했다.

3시 8분 다른 소방관이 속속 도착해 1층에서 불을 끄던 순간, 조 씨는 눈에 미끄러지면서 10m 아래로 추락했다.

동료 소방관들은 3시반경 불길을 완전히 잡았다. 이들은 현장을 정리하던 3시52분경 조 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동국대 일산병원으로 서둘러 옮겼지만 숨을 거둔 뒤였다.

화재가 난 건물은 허가되지 않은 용도로 사용되다 철거 명령을 받은 불법 건축물이었다.

동료 소방관들은 "그는 평소 자신의 안전보다 화재 진압을 우선해 위험한 곳으로 진입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며 "2인 1조로 화재 진압에 나섰어도 사고를 막았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소방관 2명이 맞교대하며 혼자 근무하는 지역대는 일산소방서에 3곳이다. 경기도에는 79개나 된다.

경기지역 소방공무원은 5346명. 주민 수를 감안해서 만든 정원의 61.3%에 불과하다. 전국 평균(83%)에 크게 못 미친다.

조 씨는 소방장에서 소방위로 1계급 특진이 추서됐다. 빈소가 마련된 병원 영안실에는 이날 오후 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도착했다.

칠순의 부모는 그의 영정을 붙잡고 "계급장이 다 무어냐, 제 몸은 보살피지 않고 불을 끄러 다녔다니…"라며 오열했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