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띠 걷어낸 인간띠 “당신들이 자랑스럽다”

  • 입력 2008년 2월 21일 03시 00분


한마음으로 일을 하면 즐거운 모양이다. 19일 충남 태안군 구름포해수욕장을 찾은 자원봉사자들이 바위의 기름때를 닦은 수건을 모아 나르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태안=연합뉴스
한마음으로 일을 하면 즐거운 모양이다. 19일 충남 태안군 구름포해수욕장을 찾은 자원봉사자들이 바위의 기름때를 닦은 수건을 모아 나르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태안=연합뉴스
■ 태안 자원봉사 100만명 돌파

15시간 걸려 제주에서“마음은 태안에” 유학생

전재산 보내온 재소자, 검은 눈물 닦은 주연들

《지난해 12월 말 충남 태안군 소원면 모항의 기름방제 작업 현장. 가창현 태안군 복지과장은 50대 남자에게 말을 건넸다가 깜짝 놀랐다. 김명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남자는 제주에서 건너왔다. 그는 기름유출 사고 소식을 듣고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8시 전남 목포로 가는 배에 올랐다. 목포에서 충남 천안까지 열차를 타고, 천안에서 태안까지 버스를 이용해 오후 11시에 도착했다. 그는 찜질방에서 묵으면서 일주일간 자원봉사를 하다가 돌아갔다.》

김 씨의 딸 미경(32) 씨는 아버지보다 앞서 15일에 태안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설 연휴인 8, 9일에도 마찬가지였다.

김 씨는 “딸이 아버지도 모르게 다녀와 대단히 기특했다”며 “돌을 하나씩 닦는 사이 국토를 깨끗이 씻어 낸다는 기쁨을 느꼈다”고 말했다.

피해 지역 6개 시군을 찾은 자원봉사자는 연령 국적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연말과 연초에는 종무식과 시무식을 자원봉사로 대체하는 회사가 줄을 이었다. 금강대 등 일부 대학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기름 제거 작업으로 대신했다.

사고 다음 날부터 20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소원면 모항에 나온 원불교 태안교당의 홍명선(51) 교무는 ‘자원봉사자를 돕는 자원봉사자’이다.

그는 신도 2, 3명과 함께 매일 1000여 명분의 떡국과 라면, 커피를 제공한다. 신도들은 인근 서산시에서 버스를 타거나 1시간씩 걸어온다.

자원봉사의 추억을 간직하라며 군 장병에게 사진을 찍어 주던 홍 교무는 “봉사자에 대한 봉사도 값진 일 아니냐”고 말했다.

국제봉사단체인 월드비전은 기름 제거 작업을 벌인 뒤에도 현장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곳저곳에 널린 방제도구를 정리하기 위해서다.

竪떡낫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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