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청도’ 경북 영천시장 재선거 비리 얼룩

  • 입력 2008년 2월 16일 02시 57분


브로커는 후보 주머니 털고

운동원은 돈 받아 소 들여놔

《지난해 12월 치른 경북 영천시장 재선거에서도 돈 선거가 조직적으로 이뤄져 ‘제2의 청도 사태’가 예상된다.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5일 영천시장 선거에서 금품을 돌렸던 김준호(69·약사) 씨와 그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임모(66) 영천시의회 의장 등 21명을 구속했다. 대구지법은 구속영장이 신청된 이들 중 1명은 암 수술을 한 상태여서 건강을 고려해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경찰은 앞서 김 씨의 선거브로커인 정모(58) 씨 등 3명과 또 다른 후보의 선거운동원 1명을 구속했다.》

○ 브로커의 복마전

영천시장 선거에는 무소속 후보 6명이 출마해 3강 3약 구도로 전개됐다. 한나라당은 청도와 마찬가지로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다. 김 씨는 5300여 표를 얻어 5위로 떨어졌다.

그는 영천시의회 의장과 경북도의원을 지냈지만 자체 여론조사에서 꼴찌를 하는 등 당선 가능성이 낮아 출마를 포기할 생각이었다.

선거브로커 서모(43·구속) 씨는 김 씨에게 “당 조직을 활용하면 당선권 득표가 가능하다”며 집요하게 출마를 권유해 7400만 원을 받았다.

전임 시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서 씨는 “공천을 받으려면 5억 원이 필요하나 이번에는 공천이 없어 3억 원 정도를 쓰면 당 조직을 가동할 수 있다”며 접근했다.

서 씨는 영천이 지역구인 국회의원의 친동생과 친분이 있음을 과시하며 김 씨의 신임을 얻어낸 것으로 밝혀졌다.

현금이 필요했던 김 씨는 서 씨의 친척에게서 1억5000만 원을 빌리는 등 선거자금으로 ‘급전’ 3억여 원을 마련했다.

○ 선거운동 활동비로 소 구입

김 씨는 출마하기로 마음을 굳힌 뒤 한나라당 영천시 연락소장인 선거브로커 정 씨를 비롯해 면 단위 주민협의회장과 여성단체 회장 등 31명에게 1억4500만 원을 제공했다.

이들은 읍면동 책임자 김모(60·구속) 씨 등 24명에게 100만∼1300만 원씩 7400만 원을 돌렸다. 이 중 3000여만 원은 5만 원 또는 10만 원씩 유권자에게 제공된 것으로 보인다.

선거브로커나 동책을 하면 ‘한몫’ 잡는다는 소문도 사실로 드러났다. 구속된 어느 운동원은 700만 원을 받아 소를 샀다. 다른 운동원은 논을 구입하려고 했다.

김 씨는 또 영천시의회 의장인 임 씨에게 “조직을 통해 도와 달라”는 부탁과 함께 임 의장의 승용차 안에서 500만 원을 줬다.

시의원에게도 200만 원을 전했는데 그는 곧바로 돌려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김 씨 측에게서 돈을 받은 유권자를 100여 명으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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