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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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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보 美법원 기록 입수
기존 주장 뒤집고 BBK 개입사실 인정
특검팀 “자료 검토”… 수사 영향 미칠듯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42·구속기소) 씨의 누나 에리카 김(44·사진) 씨가 “김경준 씨의 불법행위를 도와 준 사실을 덮어 주면 검찰에 협조하겠다”며 미국 검찰과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형량 협상)한 사실이 13일 확인됐다.
그동안 동생의 혐의는 물론 자신이 BBK 사건에 개입한 혐의도 부인하던 에리카 김 씨가 형량 협상을 통해 스스로 불법행위를 인정한 사실이 드러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관련된 의혹을 수사 중인 정호영 특별검사팀은 최근 미국 법원에서 이 자료를 입수해 검토 중이어서 앞으로 BBK 특검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일보가 13일 입수한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 지방법원의 에리카 김 씨 관련 재판 자료에 따르면 김 씨의 혐의는 △대출을 많이 받기 위해 자신의 소득을 국세청 신고보다 더 높게 신고했고 △허위 신고로 취득한 자금을 이용해 수표를 발행한 점 등이다.
검찰은 이 혐의로 김 씨에게 최고 △80년 징역 △5년 동안의 보호 관찰 △약 250만 달러의 벌금 등을 구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씨가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및 세금을 납부함은 물론 항소를 포기하는 등 11가지 사항을 지키면 구형량을 줄여주겠다고 제안한 것. 이에 김 씨는 검찰이 자신에 대해 수사한 8가지 혐의를 공소 제기하지 않으면 검찰 측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다.
김 씨가 검찰에 공소 제기를 하지 말라고 요청한 혐의 중에는 ‘동생 김경준이 한국 검찰에 기소된 혐의에 가담한 행위와 김경준이 불법행위를 하는 데 도움을 준 점’이 포함돼 있다. 김 씨는 또 “검찰이 판사에게 형량 감축 및 보호관찰, 자택구류 등을 건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에리카 김 씨는 이 같은 형량 협상을 통해 11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 지방법원에서 보호관찰 3년과 함께 △징역 1일 △가택연금 6개월 △사회봉사명령 250시간을 선고받았다.
김 씨가 동생인 김경준 씨의 사기 및 횡령, 주가조작 등의 혐의와 이 사건에 자신이 개입한 사실을 형량 협상 과정에서 인정함에 따라 그동안 각종 혐의를 부인해 왔던 김 씨와 동생 김경준 씨의 진술에 대한 신뢰성이 크게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 관계자는 “미국 변호사 출신의 특별수사관을 중심으로 김 씨의 혐의와 플리바기닝 내용 등이 BBK 주가조작과 관련된 특검 수사 내용과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법률회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한국 검찰이 에리카 김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미국 정부에 요청해 놓은 상태인데 이 같은 형량 협상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에리카 김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