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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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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는 늘릴 건 늘리고, 줄일 건 줄입시다.’ 동아일보는 새해를 맞아 우리 사회에서 꼭 늘려야 할 것과 줄여야 할 것을 선정해 알아보는 ‘10% 늘리기 10% 줄이기’ 시리즈를 시작
한다. ‘10% 늘리기 10% 줄이기’ 첫 번째 시리즈는 충남 태안군 기름 유출 사고에서 희망을 보여 준 자원봉사의 질과 양을 늘려 더 낫고 보람차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태안군 기름 유출 사고를 보면서 두 번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나는 끔찍한 오염 때문에, 다른 하나는 엄청난 수의 자원봉사자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자원봉사센터협회 윤순화 부장은 충남 태안군을 강타한 대재앙에서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보았다고 말했다. 이번 태안 기름 유출 사고 현장에는 55만 명이 참여하는 등 한국 자원봉사 문화를 한 단계 발전시킨 계기가 됐다고 한국 자원봉사계는 평가한다.
지난해 12월 14일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을 방문한 미국 해안경비대의 전문 인력들은 “일주일 만에 이렇게 깨끗하게 기름 제거 작업을 했다는 건 믿기 어렵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하며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에 놀라워했다.
○ 연간 자원봉사자 비율 선진국의 절반도 안 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 번이라도 자원봉사를 한 사람은 전 국민의 14.3%이다. 영국(51%) 호주(46%) 미국(44%) 등 자원봉사 선진국으로 꼽히는 서구 국가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비율이며 같은 아시아권인 홍콩(22%)에 비해서도 낮다. 특히 한 달 평균 4시간 이상씩 1년 이상 자원봉사를 하는 ‘생활화된 자원봉사자’는 이보다 훨씬 적다.
윤 부장은 “한국의 생활화한 자원봉사자는 전체 인구의 5%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생활화한 자원봉사 교육과 캠페인 필요
전문가들은 태안 사태가 한국 자원봉사의 잠재력을 보여 준 하나의 사건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한다. 시스템화한 자원봉사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생활화한 자원봉사자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이를 위해선 초중등교육 과정에서 자원봉사를 단순한 특별활동이 아닌 정규 과목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원규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중고교에선 생물 과목을 들으며 가까운 하천에서 청소를 하는 식의 봉사활동을 연계시킨 ‘봉사학습(Service Learning)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며 “이런 식의 봉사학습은 자원봉사의 생활화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최일섭 성신여대 심리복지학부 교수도 “한국 중고교에선 봉사활동과 학습활동을 따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배운 지식을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에 응용하는 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캠페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정부의 대표적인 캠페인 방식 중 하나인 공익광고의 경우 그동안 자원봉사 관련 광고는 거의 없었다.
한국방송광고공사에 따르면 1998∼2007년 제작된 공익광고는 총 62편. 이 중 봉사활동을 직접적으로 다룬 공익광고는 2004년에 나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육’ 한 편에 불과하다.
구혜영 한양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태안 사태 같은 게 터지면 긴급으로 공익광고를 제작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광고를 통해 자원봉사의 필요성, 준비물, 참여 방법을 알리면 봉사자도 늘고 이들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자원봉사센터를 활성화한다
정부는 2013년까지 전 국민의 30%를 생활화한 자원봉사자로 만든다는 목표 아래 ‘자원봉사활동 진흥을 위한 국가 기본 계획’을 지난해 마련했다.
지난해 5월 한국자원봉사협의회가 행정자치부에 제출한 이 계획안에는 자원봉사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포함돼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국에 설치돼 있는 248개 자원봉사센터를 집중적으로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기초자치단체마다 설치돼 있는 자원봉사센터는 자원봉사 활동의 필요성을 홍보하는 한편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의 상담, 교육, 배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행자부와 한국자원봉사협의회에서 작성한 자원봉사센터 관련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자원봉사센터들은 지역 네트워크 설립 및 인력, 예산, 홍보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준섭 건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많은 선진국은 정부가 주도해서 만든 기본적인 시스템을 토대로 효과적인 자원봉사 문화를 마련했다”며 “우리나라도 자원봉사센터를 적극적으로 육성해 체계적인 자원봉사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영상 취재 : 변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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