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울산은 지금 ‘까마귀 논쟁’

  • 입력 2007년 12월 3일 07시 19분


‘울산지역 까마귀는 길조(吉鳥)?’

울산시가 지역의 겨울철새인 까마귀가 흉조(凶鳥)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는 인식전환 운동을 펼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 인식 전환 운동 벌이기로=울산시는 매년 11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4개월 동안 울산에서 겨울을 보내는 까마귀를 약 4만6000마리로 추정하고 있다.

시베리아 등지에 사는 까마귀 떼는 그동안 제주도 등지에서 겨울을 보냈으나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2000년경부터 울산으로 월동지를 옮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울산시는 지역을 찾는 까마귀 대부분은 농경지 등에서 낙곡과 해충, 풀씨 등을 먹어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떼까마귀와 갈까마귀라고 밝혔다.

동물의 시체를 먹어 흉조로 알려진 큰부리까마귀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울산시는 이에 따라 까마귀가 색깔이 검다는 이유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지 않도록 시민 인식 전환을 위한 홍보물을 제작하고 환경단체와 연계해 ‘까마귀 생태교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주민들, “어이없는 행정” 지적=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울산 중구 태화동 이모(56·여) 씨는 “까마귀 때문에 주민들이 어떤 피해를 보는지 울산시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까마귀 집단 서식지 주변 주민들은 “까마귀 떼의 배설물과 깃털 때문에 창문을 못 열고 바깥에 빨래를 널지 못한 지 오래됐다”며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까마귀 떼를 못 오게 할 수는 없겠지만 굳이 울산시가 나서 ‘까마귀는 좋은 새’라고 홍보할 필요까지 있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2일 오전 까마귀 집단 서식지인 중구 태화동과 다운동, 남구 무거동 일대의 도로와 차량, 지붕 등에는 까마귀 배설물과 깃털이 가득했으며, 깃털은 바람에 마구 흩날렸다.

무거동에 사는 김모(35) 씨는 “까마귀 떼가 집 주위에 몰려들기 시작한 5, 6년 전부터 겨울만 되면 온 가족이 기관지 질환을 앓는다”며 “해질녘에 까마귀 떼가 음산한 소리를 내며 집 주위로 몰려들 때면 소름이 돋을 정도”라고 말했다.

축산농가도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 까마귀 떼는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날아오기 때문에 농민들은 가축이 까마귀 떼와 접촉하지 못하도록 11월부터는 방사(放飼)를 하지 않고 있으며 사육장과 사료 저장고에 그물을 설치해 까마귀 떼의 접근을 막고 있다.

울산시도 11월부터 4개월간을 ‘AI 특별 방역 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철새 배설물와 가축 혈청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 한국환경생태연구소(소장 이기섭)가 올해 들어 울산 태화강변의 대나무 생육상태를 조사한 결과 대나무의 약 20%가 까마귀 등 철새 배설물 때문에 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새 박사’인 윤무부 전 경희대 교수는 “철새 때문에 다소 피해가 있더라도 잘 보살펴 주는 것이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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