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글쓰기 방법론<2>제시문에 대한 적절한 활용

저번 시간에 말씀드렸듯이, 논제에서 쓰라고 한 것을 쓰는 것이 논술입니다. 그것을 어떻게 써야 하느냐 하면, 제시문을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써야 합니다.

학생들이 제시문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제시문을 요약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제시문과 무관하게 쓰는 겁니다. 요약을 하는 것은 제시문을 활용하는 것이기는 하되, ‘적절한’ 활용이 아닙니다. 또 무시하고 쓰는 것은 아예 활용을 안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둘 다 잘못된 겁니다.

예전에 ‘논술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서 한번 말씀드렸는데요, 한 서울대 교수는 논술을 ‘제시문의 필자와의 토론’이라고 했습니다. 논술에 대한 가장 함축적인 정의라고 생각하는데요. 이상을 다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논술은 논제에서 쓰라고 한 것을 쓰는 것이되 제시문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즉 제시문의 필자가 내놓은 주장에 대한 나의 주장을 밝히면서 쓰는 겁니다.

주제가 ‘성장과 분배’라고 합시다. 제시문 (가)는 성장을, 제시문 (나)는 분배를 옹호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장과 분배라는 주제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밝히되 (가), (나) 두 제시문에 대한 찬반 의견을 반드시 밝혀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아직 부족합니다. 성장을 주장하든 분배를 주장하든 각각의 논거가 있을 것입니다. 모든 성장론자들의 논거가 똑같지는 않겠지요. 어떤 성장론자는 논거로 a, b, c를, 다른 성장론자는 x, y, z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가)의 필자는 이 중 a, b, c라는 논거를 제시하고 있다고 합시다. 그러면 여러분은 성장론을 주장하는 필자의 주장에 대한 여러분의 주장을 밝힐 때 a, b, c라는 필자의 논거에 대한 찬반 의견을 반드시 밝혀야 합니다. 논거 a, b, c에 대한 찬반 의견을 밝히면 그것이 곧 성장을 옹호하는 필자의 주장에 대해 여러분의 찬반 의견을 밝히는 것이 됩니다. 말을 좀 바꿔서, 성장을 주장하는 필자의 주장에 대한 여러분의 찬반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면 논거 a, b, c에 대한 찬반을 밝히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즉 주장과 논거를 찾고, 논거에 대한 찬반을 통해서 주장에 대한 찬반을 밝히고, 그렇게 해서 논제에서 쓰라고 한 것을 쓰는 것이 곧 ‘제시문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논제의 요구에 맞게 쓰는 논술’입니다.

윤형민 스카이에듀 논술원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