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정부 주요 개혁과제<1>교육개혁

  • 입력 2007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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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 학원처럼 경쟁 도입…공교육부터 살려야

《동아일보가 설문을 받은 각 분야 전문가 55명은 차기정부의 최우선 국정개혁 과제로 교육개혁을 꼽았다. 조사는 본보의 매니페스토(참 공약 선택하기) 자문교수단을 포함해 정치 행정 외교 안보 경제 교육 복지 기타 사회부문의 정책대안을 활발히 제시해온 전문가들을 선정해 실시했다. 항목은 본보가 제시하지 않고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거명토록 한 뒤 같은 개혁과제끼리 재분류해 우선순위를 집계하고, 이를 꼽은 이유와 구체적 방안들을 보충질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교육에서 해결책 찾아야”=전문가들은 교육개혁을 꼽은 이유로 무엇보다 ‘공교육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점을 들었다. 늘어나는 사교육비, 조기유학자 증가, 대학입시제도의 잦은 변경, 인성교육 부재, 글로벌 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역시 공교육이라는 기본무대에서 해결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었다.

고려대 권대봉 교수는 “학부모들이 가장 고민하는 분야라는 점에서 대선후보들이 너도나도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들고 나오는데 이는 근시안적 접근법”이라며 “공교육 경쟁력을 강화해 ‘불필요한 사교육’에 대한 수요와 사회적 비용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학교가 학원처럼 ‘교육의 질’ 경쟁을 하지 않는데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 가능하겠는가. 공교육 기관 평가와 보상을 통한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국민의 자아실현이 가능하고, 교육을 통한 국부 창출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신여대 강석훈 교수는 “교육개혁은 우리나라의 향후 잠재경제성장률 상승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했다.

중앙대 이희수 교수는 최근 들어 일반 가계에서 증가한 사교육비가 △조기 영어 교육 △예체능 특화 교육 △특목고 입시 진학 교육에 몰려 있는 상황을 감안해 ‘방과 후’가 아닌 일반 학습시간에도 수요가 있는 분야의 교사를 확충하고 지원책을 마련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학교 붕괴’라 불릴 정도로 공교육 기관의 위상이 약화되는 현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한양대 정진곤 교수는 “예전에는 학교 선생님들의 과도한 ‘학사지도’가 문제시 됐지만 요즘은 교사들의 생활지도나 인성지도가 거의 실종돼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며 “학교와 기업체 종교단체 시민단체와의 연계 협력을 통해 학생들의 가치관 교육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입시제도보다 교육기관 체질 개선이 우선”=공교육 강화를 위한 세부방안 중 가장 먼저 시행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연세대 한준상 교수는 대학의 학사 자율화나 교원자격증 갱신 제도를 거론했다. 평가에 따른 경쟁논리 도입이 절박하다는 의미다.

정진곤 교수는 “전국적인 표준화 학력평가를 도입해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점수가 낮은 학교에 대해서는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처럼 행정, 재정 지원을 더 해 주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립학교 자율화에 대한 의견도 개진됐다. 이미 외국어고 과학고 영재고 등 특목고가 많이 늘어나 상위권 학생들이 질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는 늘었지만, 중상위권 이하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교육의 질이 정체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성균관대 이전오 교수는 “과거정권의 교육개혁은 오로지 대학입시제도 개선에만 초점을 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가 일방적으로 특정 입시제도를 강요한 결과 계속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기정부가 또다시 입시제도 손질이라는 대증(對症) 처방에 나서지 말고, 대학 경쟁력을 높이는 데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며 “질 좋은 대학 20∼30개만 생겨도 유학 수요 등을 상당부분 흡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학생 볼모로 밥그릇 싸움해선 안 돼”=박영호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교육의 모든 부분을 교육부가 관장하면서 학부모나 학생 등 교육 수요자의 ‘수요’가 제때 반영되지 못했다. 일부 교사단체와 각종 이해집단이 자기 이익 확보를 위해 교육개혁을 거부하는 사례도 많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교육부에 대해서는 대부분 교수들이 한 목소리로 불만을 토로했다. 동국대 강성윤 교수는 “일시적으로라도 대통령 직속 특별기구를 만들어 교육개혁 이슈들을 정리해 나가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이명박, 대학입시 2012년까지 완전 자율화

이회창, 교원 정년 없애고 임금피크제 도입

정동영, 수능 자격시험 전환… 대입 완전 폐지▼



■ 대선후보 교육 공약

각 정당의 네거티브 캠페인과 정치세력들 간의 합종연횡으로 대선 후보들의 정책공약이 이슈화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나마 교육정책 분야에서는 각 주자들의 핵심공약이 언론을 통해 어느 정도 유권자들에게 알려져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2012년까지 대학입시를 완전 자율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고교 정책도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내용이다. ‘자율형 사립고 100곳 신설’ 공약은 학생 선발이나 교과과정에서 자율성을 갖는 학교를 만들고, 기존의 특목고도 원할 경우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후보의 교육공약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다양한 적성을 갖춘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긍정론과 “고교를 서열화시켜 ‘입시 지옥’을 만들 것이다”는 부정론이 엇갈린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자율화에 따르는 학교들의 책임문제를 지적하면서 “민간 감사시스템 도입 등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보완책을 제시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학교교육 혁신을 통해 공교육을 바로 세우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 전 총재는 이를 위해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수준으로 줄이고 행정보조원을 둬 교사들의 잡무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재는 교원 정년을 없애는 대신 임금피크제와 성과급제를 도입하고, 10년마다 교사자격을 갱신토록 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교원자격 10년 단위 갱신제 등 공교육 혁신부분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공약의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는 ‘대학입시를 완전히 없애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놨다.

2011년까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졸업자격 시험으로 전환하며, 시험을 통과한 학생들은 1년에 2차례 이상, 한 번에 3개 이상의 대학에 지원할 수 있게 된다. 대학은 학교생활기록부와 학생들의 개성, 특기, 봉사활동, 리더십 등 다양한 요소를 기준으로 신입생을 선발토록 하겠다는 것이 정 후보 측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준상 연세대 교수는 “고교 교육과의 연계성 확보, 대학교육의 질 향상 목표에 대한 지도자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해볼 만한 목표”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공약이 실현될 경우 학생 선발 과정에서 고교 간 학력 차이를 반영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거부감을 보였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국립대 공동학위제 도입과 함께 학교 내에서 수준별 학습이 허용되는 ‘자율형 공립고’를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자립형 사립고, 특목고 설립 규정을 완화하고 대학의 학생 선발권을 강화하는 정책을 내놨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사교육 공급을 일정부분 법적으로 제한하고 대학도 평준화하겠다고 밝혔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설문조사 참여 각계 전문가 55명 (가나다 순)

강경근 숭실대 교수(법학)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경제학)

강성윤 동국대 교수(북한학)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

권대봉 고려대 교수(교육학)

권종호 건국대 교수(법학)

김경환 서강대 교수(경제학)

김근식 경남대 교수(정치외교학)

김기정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

김동욱 서울대 교수(행정학)

김명섭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

김상겸 동국대 교수(법학)

김석우 서울시립대 교수(국제관계학)

김성한 고려대 교수(국제관계학)

김영수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

김태현 중앙대 교수(국제관계학)

나성린 한양대 교수(경제금융학)

남궁곤 이화여대 교수(정치외교학)

남창희 인하대 교수(정치외교학)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

모종린 연세대 교수(정치학)

문재완 한국외국어대(법학)

박능후 경기대 교수(사회복지학)

박영호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

박찬욱 서울대 교수(정치학)

박충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개발연구실장

서승환 서강대 교수(경제학)

서창록 고려대 교수(국제정치학)

송희준 이화여대 교수(행정학)

신준섭 건국대 교수(사회복지학)

예종석 한양대 교수(경영학)

오연천 서울대 교수(행정학)

오 윤 한양대 교수(법학)

옥무석 이화여대 교수(법학)

유호열 고려대 교수(북한학)

이달곤 서울대 교수(행정학)

이두원 연세대 교수(경제학)

이석원 서울대 교수(행정학)

이전오 성균관대 교수(법학)

이종수 연세대 교수(행정학)

이창원 한성대 교수(행정학)

이희수 중앙대 교수(교육학)

임성학 서울시립대 교수(국제관계학)

임지봉 서강대 교수(법학)

장영수 고려대 교수(법학)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

정영근 선문대 교수(국제경제학)

정종복 서울대 교수(법학)

정진곤 한양대 교수(교육학)

정태호 경희대 교수(법학)

한만중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

한준상 연세대 교수(교육학)

현진권 아주대 교수(경제학)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홍기택 중앙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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