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前총장 부인 “치과대학장 찾아가 편입학 부탁했다”

  • 입력 2007년 11월 10일 03시 02분


코멘트
연세대 정창영(64) 전 총장의 부인 최모(62) 씨가 학부모 김모(50) 씨에게서 2억 원을 받고 이 대학의 치과대학장에게 편입학을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오수)는 9일 최 씨를 불러 돈을 빌린 경위와 남편인 정 전 총장이 편입학 청탁에 대해 사전에 알았는지 등을 조사했다.

이날 검찰에서 최 씨는 “김 씨의 딸이 편입학 수험생이라는 사실을 안 상태에서 돈을 빌렸다”면서 “김 씨 딸이 합격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치과대학장을 찾아가 편입학 부탁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어 “학교의 시스템상 편입학 청탁은 이뤄질 수 없었고, 김 씨의 딸이 불합격하자 돈을 돌려줬다”며 “정 전 총장은 언론을 통해 이런 사실을 처음 알았으며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뒤) 곧 총장직에서 물러났다”고 말했다.

이날 최 씨의 변호인은 “최 씨의 행위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는 있지만 (현행법으로) 죄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최 씨가 정 전 총장에게 편입학 청탁 사실을 미리 알렸을 가능성에 대해 추가로 수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 전 총장의 소환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최 씨가 청탁을 했더라도 정 전 총장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최 씨는 총장 부인으로서 혼자 청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김 씨를 속인 것이 아닌 만큼 사기로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최 씨가 미리 제출했던 자수서 내용과 이날 실제 진술한 내용 사이에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서 “최 씨의 진술 내용만으로는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운 만큼 김 씨 등을 추가로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연세대 치과대 박모 학장도 참고인으로 소환해 편입학 전형 과정에 청탁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에 대해 조사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