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수장이…” 국세청 망연자실

  • 입력 2007년 11월 7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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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청 이후 첫 현직 청장 구속 뇌물수수 혐의로 6일 오후 구속영장이 발부된 전군표 국세청장이 부산지검을 나와 검찰 수사관과 함께 부산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현직 국세청장이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은 1966년 국세청 개청 이래 처음이다. 부산=최재호 기자
개청 이후 첫 현직 청장 구속 뇌물수수 혐의로 6일 오후 구속영장이 발부된 전군표 국세청장이 부산지검을 나와 검찰 수사관과 함께 부산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현직 국세청장이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은 1966년 국세청 개청 이래 처음이다. 부산=최재호 기자
“기각될 줄 알았는데… 한순간에 위상 추락”

국세청은 6일 전군표 국세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망연자실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지난달 23일 ‘6000만 원 상납설’이 불거진 뒤 보름 만에 현직 국세청장 신분으로 검찰에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기 때문이다.

특히 전 국세청장이 그동안 강력하게 결백을 주장해 왔던 만큼 직원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국세청 관계자는 “영장이 기각되면 퇴임한 뒤 민간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영장이 발부되면서 국세청의 위신이 한순간에 추락했다”고 허탈해했다.

또 다른 국세청 공무원은 “아직 재판이 남아 있기 때문에 전 국세청장의 결백 주장을 애써 믿고 싶은 심정”이라고도 했다.

국세청 내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상사가 부하로부터 상납받는 조직’이라는 인식이 외부에 확산될 것을 걱정하는 기류도 적지 않았다.

전 국세청장은 강원 삼척시 출신으로 경북대 법대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 20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국세청 조사국장과 차장 등 요직을 거친 뒤 작년 7월 16대 국세청장으로 임명됐다.

지난해 종합부동산세를 성공적으로 징수해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참여정부’의 근간을 지켜내는 큰일을 했다”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1966년 옛 재무부에서 독립해 개청한 국세청은 이전에도 전임 청장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돼 잡음을 일으킨 사례가 적지 않았다.


부산=정영준 기자

안무혁(5대) 성용욱(6대) 전 청장은 1987년 대통령선거, 임채주(10대) 전 청장은 1997년 대선 때 불법 선거자금을 거둔 혐의로 구속됐다.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를 주도한 안정남(12대) 전 청장은 건설교통부 장관으로 영전했지만 부정 축재 혐의가 드러나 23일 만에 낙마(落馬)했고 후임인 손영래(13대) 전 청장은 ‘썬앤문 사건’으로 법정에 섰다.

한편 국세청은 이날 저녁 한상률 차장 주재로 본청과 서울지방국세청, 중부지방국세청의 국장급 이상 간부들이 참석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직원들에게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한 차장은 회의에서 “이번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면서 ”이런 때일수록 국세청이 본연의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해 신뢰를 회복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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