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동서남북/KBS 지방홀대… 제주시는 뒷북

입력 2007-09-20 06:00수정 2009-09-2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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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더 와서 잠기기 전에 생방송으로 태풍 진로라든가 언제쯤 가겠다거나, 뭐 정보 좀 주세요.’

태풍 ‘나리’가 제주를 강타한 16일 오전 10시 46분 KBS 제주방송총국 시청자게시판에 다급한 하소연이 떴다.

강풍과 폭우가 몰아닥쳐 주민들이 두려움과 공포에 떨어야 했던 순간에도 재난방송 주관사인 KBS는 정규 방송을 내보냈다.

KBS는 이날 낮 12시 10분 정규 뉴스 이전까지 3차례 기상 속보를 방송하고 지역방송사에서 자체 편성한 18분짜리 재난방송 등을 내보냈지만 주민들이 ‘재앙’을 감지하고 사전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해복구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방송사의 ‘지방 홀대’를 지적했다.

제주시 동문시장 상인 김모(56) 씨는 “사람과 차량이 급류에 떠내려가고, 건물지붕이 통째로 뜯겨도 ‘특별재난방송’은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며 “수도권에 이런 피해가 나도 방송사가 정규 프로그램을 내보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의 허술한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이날 오전 7시 사전예방 활동을 논의했지만 후속 조치가 미흡했다.

이날 오전 6시 29분 제주교도소 부근 도로 침수를 시작으로 119상황실로 전화가 빗발쳤다. 정오까지 공식 접수된 침수 등의 피해만 91건에 이를 정도로 심각했다.

저지대 주민들은 대피시키고 외출하는 주민들에게 자제를 당부했다면 길을 걷거나, 차를 타고 가다 급류에 휩쓸린 인명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다.

제주도재난안전본부가 대피방송을 실시한 것은 오후 1시 30분경. 이미 태풍 위력이 최고조에 달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을 때였다.

태풍을 보낸 뒤 제주사람들은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한다. 노인들은 1959년 최악의 피해를 낸 태풍 ‘사라’의 악몽을 떠올렸다.

임재영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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