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씨가 ‘대책본부장’?…신씨 변호사 선임과정 주도한 정황

  • 입력 2007년 9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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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총 연출자?’

검찰 주변에서는 변 전 실장과 신정아 씨, 그리고 두 사람 변호인들의 관계에 비춰볼 때 두 사람의 동시 검찰 출석 배경에 이 같은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이 많다.

변 전 실장은 청와대에서 사표를 수리한 직후 부산고 동기 동창(1968년 졸업)인 김영진(사법시험 14회) 변호사를 찾아가 법률 자문했다. 두 사람은 40년 친구 사이였다.

반면 신 씨와 신 씨의 변호인 박종록(사법시험 20회) 변호사는 서로 일면식도 없었다. 그 대신 김 변호사와 박 변호사는 친분이 두텁다.

박 변호사는 16일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12일 (변호인을 맡아 달라는) 신 씨의 전화를 받고 고민하다 김 변호사에게 전화했더니 ‘억울한 것 같으니 도와줘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변 전 실장이 김 변호사에게 신 씨 변호인 선임을 부탁했고, 김 변호사가 박 변호사를 추천하자 변 전 실장이 신 씨에게 박 변호사를 제안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김 변호사는 17일 “(내가) 옆방에 있는 박 변호사에게 신 씨를 소개해 준 사실이 없다”고 말했지만 변 전 실장의 ‘연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검찰은 지난주 변 전 실장을 16일 소환하기로 결정했을 당시엔 신 씨의 자진 귀국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14일 박 변호사가 일본으로 출국한 사실을 알고 크게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김, 박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로 함께 검찰에 근무했고 노태우 정부 때 청와대에서 같이 지냈다. 1988년 김 변호사가 먼저 대통령법률비서관으로 갔고, 이듬해 박 변호사가 대통령정책비서관이 된 뒤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친분을 유지해온 것.

김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정곡빌딩 서관 404호, 박 변호사는 바로 옆방인 405호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정황 때문에 두 변호사는 어떤 식으로든 사전에 조율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양측이 사전에 입을 맞췄다면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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