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2005년 신정아 교수임용때 무슨 일이…

  • 입력 2007년 9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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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씨의 연구실이 있던 서울 중구 필동 동국대 캠퍼스 내 계산관 건물. 김미옥 기자
신정아 씨의 연구실이 있던 서울 중구 필동 동국대 캠퍼스 내 계산관 건물. 김미옥 기자
홍 前총장 신임투표등 궁지 몰려

“변 장관 전화에 쉽게 흔들렸을 것”

홍기삼(사진) 전 동국대 총장이 신정아 씨를 추천하는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홍 전 총장이 왜 무리한 청탁을 받아들였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부분의 동국대 교수들은 “평소 조용하고 올곧은 홍 전 총장이 왜 변 전 실장의 부탁 한마디에 무리하게 신 씨를 채용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홍 전 총장의 측근들은 신 씨의 채용이 이루어진 2005년 당시 홍 전 총장의 학내 입지를 감안하면 그가 왜 주변의 반발을 무릅쓰고 신 씨의 채용을 주도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총장 출신의 A 교수는 “꼼꼼하고 치밀한 성격의 홍 전 총장이 기본적인 서류가 미비한데도 무리하게 채용을 주도했다는 것이 의외이기는 하지만 당시 홍 전 총장의 학내 입지가 매우 좁았던 상황을 감안하면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2003년 홍 전 총장은 당시 장기간 유지됐던 송석구 전임 총장 체제에 대해 ‘개혁’을 내세우며 총장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재직 시절 300억 원에 가까운 발전기금을 모았던 송 전 총장과 달리 홍 전 총장은 발전기금 모금에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정부 예산 확보에도 번번이 실패했다.

A 교수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도 아니고, 예산 확보도 지지부진해서 (홍 전 총장이)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그래서 홍 전 총장이 다른 사람도 아닌 기획예산처 장관의 전화에 쉽게 흔들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필동 병원 리베이트 의혹, 교직원 채용 비리 등 고소고발 사건이 이어지면서 총장인 자신까지 직접 검찰 조사를 받게 된 상황도 홍 전 총장을 흔들리게 했다는 분석이다.

홍 전 총장의 측근인 교직원 B 씨는 “당시 고소고발이 너무 많아 홍 전 총장이 매우 힘들어했다”며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동국대 C 교수는 “2005년 홍 전 총장에 대한 교수들의 반발이 극에 달해 교수회를 중심으로 홍 전 총장에 대한 신임 투표가 성사 직전까지 갔었다”며 당시 급박했던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막힌 정부 예산 확보에 활로를 뚫어 줄 수 있는 기획예산처 장관의 추천을 받은 신 씨가 홍 전 총장에게는 놓칠 수 없는 ‘동아줄’로 다가왔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게다가 홍 전 총장은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중학교 동창인 교직원 S 씨를 비서실장으로 발탁했으나 S 씨가 기대와는 달리 학교 발전에 특별한 역할을 하지 못하자 6개월 만에 교체했다.

C 교수는 “대통령의 중학교 동문도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안 이상 더 확실한 배경을 찾으려고 나선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홍 전 총장의 제자인 D 교수는 “정계, 재계에 발이 넓은 신 씨가 교수로 오면 학교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홍 전 총장에게 직접 들은 것은 아니지만 (신 씨를) 학교에 있게 해 주었으니 그런 기대를 하지 않았겠느냐”고 덧붙였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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