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씨, 검찰조사 받고 ‘007 귀가작전’

  • 입력 2007년 9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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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타는 변씨17일 오전 1시 변양균 전 대통령 정책실장이 11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고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검 청사 밖으로 나오고 있다. 변 전 실장은 입을 굳게 다문 채 검찰이 대기시켜 놓은 모범택시를 타고 떠났다. 원대연 기자
택시타는 변씨
17일 오전 1시 변양균 전 대통령 정책실장이 11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고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검 청사 밖으로 나오고 있다. 변 전 실장은 입을 굳게 다문 채 검찰이 대기시켜 놓은 모범택시를 타고 떠났다. 원대연 기자
모범택시→외제차 갈아타고 취재진 심야추격 따돌려

‘영화에나 나올 법한 한밤의 추격전.’

17일 오전 1시. 11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마치고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부지검 청사 밖으로 나왔다.

변 전 실장은 “심경이 어떤가” “외압 의혹을 인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고 대기하고 있던 모범택시에 올라탔다.

16일 오후 2시 검찰에 출두할 때 혼자 모범택시를 타고 왔던 변 전 실장은 귀가할 때도 역시 모범택시를 이용했다.

검찰은 0시 40분경 수사관을 통해 변 전 실장이 타고 갈 모범택시를 미리 청사 앞에 대기시켜 놓았다.

변 전 실장을 태운 택시가 청사 정문을 쏜살같이 빠져나가자, 각 언론사의 취재차량들이 택시를 뒤쫓았다.

변 전 실장은 장윤 스님과의 만남이 보도된 8월 이후 경기 과천시 자택은 물론 지난해 7월부터 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수송동 서머셋 팰리스 서울 레지던스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가 어디서 누구와 함께 머무르고 있는지 의혹만 무성했다.

변 전 실장이 탄 택시는 취재 차량을 떼어 놓으려는 듯 속도를 높여 빠르게 아현동을 지나 서대문 방향으로 향했다.

그러나 취재진이 계속해서 따라붙자 택시는 돌연 서대문 일대를 빙빙 돌기 시작했다.

신호 대기를 위해 잠시 정차해 있을 때, 기자들이 창문을 통해 “어디로 가시느냐”고 질문을 던졌지만 변 전 실장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후 택시는 방향을 바꿔 남대문, 남산 부근으로 향했지만 속도는 처음처럼 빠르지 않았다. 취재진을 따돌리려는 목적이 아니라 시간을 버는 것이 목적인 듯 보였다.

그렇게 20여 분 동안 서울역과 남산 부근을 배회하던 택시는 갑자기 남영동 지하차도 인근에 멈춰 섰고, 변 전 실장은 택시에서 내려 대기하고 있던 하얀색 링컨 콘티넨털 차량에 재빨리 올라탔다.

변 전 실장을 태운 차량은 삼각지와 한남대교를 지나 과천을 향해 시속 160km의 속도로 질주한 끝에 남태령 부근에서 취재 차량들을 따돌리고 자취를 감췄다.

한편 변 전 실장을 태우고 사라진 승용차는 변 전 실장 변호사 소유 차량으로 알려졌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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