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씨 변호사 선임 배경]안면없는 변호사에 전화 어떻게?

  • 입력 2007년 9월 17일 03시 01분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과 신정아 씨의 변호인 두 명이 왜 하필 옆방을 사용하고 있을까. 또 해외로 도피한 신 씨는 왜 갑작스럽게 16일 귀국했으며, 검찰이 변 전 실장과 신 씨를 같은 날 조사하게 된 이유는 뭘까.

법조계 안팎에선 변 전 실장과 신 씨의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검찰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머리싸움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변 전 실장과 신 씨의 발 빠른 대응=변 전 실장이 사표(10일)를 낸 이틀 뒤부터 변 전 실장과 신 씨 측의 대응이 빨라졌다.

변 전 실장은 13일 고교 동기인 김영진 변호사의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교롭게도 미국에 있던 신 씨는 같은 날 오후 평소 잘 모르던 박종록 변호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건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김, 박 변호사가 친밀한 사이인 만큼 변 전 실장 측이 신 씨에게 박 변호사를 선임하라고 연락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박 변호사는 이날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옆방의 김 변호사에게 수임을 해도 되는지 묻자 김 변호사가 “변 전 실장과 40년 지기라 나도 맡았다. 신 씨가 억울한 것 같으니 도와주라”고 답했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곧바로 귀국 시기와 검찰 조사 등을 협의하기 위해 신 씨에게 일본으로 올 것을 요구했다. 14일 박 변호사는 한국에서, 신 씨는 뉴욕에서 각각 일본 도쿄(東京)행 비행기에 올랐고 이날 저녁 나리타(成田)공항에서 조우한 뒤 하루 넘게 검찰 조사 대응책을 논의했다.

▽변호인의 공동 대응과 검찰의 맞대응=김 변호사(사법시험 14회)는 서울서부지검의 전신인 서부지청장 출신이고, 박 변호사(사시 20회)는 서부지청 차장 출신이다.

두 사람은 또 검찰 재직 시절 법무부, 청와대 등에서 함께 근무해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박 변호사는 “(김 변호사는) 내가 존경하는 선배”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와 신 씨의 연결고리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변호사는 조계종 중앙신도회가 지난해 출범한 불교인재개발원의 발기인으로 오히려 변 전 실장과 더 가까울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당초 신 씨는 늦게 귀국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본인이 해외에 나가 있는 동안 관련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조기 대응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며, 이 과정에서 변 전 실장과 신 씨가 어느 정도 호흡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변 전 실장 측이 신 씨와 검찰 조사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박 변호사를 신 씨 측 변호인으로 선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검찰도 기민하게 맞대응했다. 두 사람을 시차를 두고 따로따로 소환하면 먼저 조사받은 당사자의 조사 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우려해 검찰은 변 전 실장과 신 씨를 같은 날 소환했다.

법조계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 만날 시간을 주지 않고 격리 조사해 ‘1차 진술’을 확보하기 위한 검찰의 압박카드라는 시각이 많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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