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씨에 예산지원 압력 의혹… 예산처 장관 얼마나 세기에

  • 입력 2007년 9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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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2005년 5월 당시 기획예산처 장관으로서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출석해 한나라당이 요구한 국가재원 배분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2005년 5월 당시 기획예산처 장관으로서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출석해 한나라당이 요구한 국가재원 배분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年200조 부처 배정 ‘막강 파워’

《기획예산처 장관 출신인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가짜 박사’ 신정아 씨가 예산 지원을 받도록 도와줬다는 의혹이 일면서 ‘예산처 장관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산처는 매년 200조 원이 넘는 국가예산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각 정부 부처에 배정한다. 예산 문제와 관련해선 어떤 정부 기관도 예산처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할 정도로 예산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으며 그 정점에 예산처 장관이 있다.》

국가정보원 국방부 등 힘 있는 부처들도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예산처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한 전직 검찰총장은 기자들과 사석에서 만나 “검찰청은 물론이고 모든 부처의 기관장이 예산 배정 시즌만 되면 예산처 장관 앞에서 작아지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관가(官街)에서는 “공무원이 접대하는 유일한 부처는 예산처”라는 농담도 심심찮게 나온다.

변 전 실장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정책실장과 예산처 장관을 지낸 박봉흠 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예산처 예산실장 시절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인 노무현 대통령이 예산 배정을 늘려 달라고 매달리자 타당성을 두고 격론을 벌이다 노 대통령의 눈에 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예산처가 2003년부터 각 부처에 예산편성권을 상당 부분 이양하는 ‘톱다운’ 방식을 도입하면서 예산처의 파워가 과거만큼 강하지는 않다고 하지만 여전히 막강한 것은 사실이다.

각 부처가 6월 말까지 이듬해 예산요구안을 제출하고 예산처는 각 부처와 협의해 부처별 예산배정액을 확정짓는다. 예산처가 가을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하기 전까지 예산 배정 시즌만 되면 각 부처 공무원이 서로 예산을 따내기 위해 예산처 주변으로 몰려든다.

최근까지 예산 업무를 담당했던 정부 부처 관료는 “공무원 조직은 기본적으로 사람과 돈으로 움직이는데 이 중 돈에 대한 권한을 가진 예산처는 공무원 조직에 대해 절대적인 권한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부처의 고위 관료는 “기관장이 되면 자신이 원하는 사업 예산을 따내기 위해 예산처 고위직은 물론 담당 과장, 국장에게까지 사업을 잘 설명해야 한다”고 전했다.

예산처는 국회의원들이 검찰과 함께 ‘고개를 숙이는’ 몇 안 되는 정부 부처 중 하나다. 특히 예산안이 결정되는 가을 정기국회가 열리면 지역구에 다리 건설, 도로 공사 등 숙원 사업을 해결하기 위해 국고 보조를 따내려는 의원들이 여야 가릴 것 없이 서로 예산처 공무원들을 만나고 싶어 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의 한 초선 의원은 “다른 부처에 아무리 민원을 해도 들어 주지 않던 지역구의 사업이 결국 예산처 간부에게 부탁하니까 해결됐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예산처 관계자는 “예산 운용 방식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며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예산처가 정부 예산을 자의적으로 운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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