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선 ‘신정아 누드사진’ 공개 충격

  • 입력 2007년 9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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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균 전 실장 언제 오나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검 현관 앞.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검찰 소환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취재진이 변 전 실장이 출두하는 모습을 보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변양균 전 실장 언제 오나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검 현관 앞.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검찰 소환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취재진이 변 전 실장이 출두하는 모습을 보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문화일보(석간)가 13일자에서 “문화계 유력인사의 집에서 신정아 씨의 누드 사진이 여러 장 발견됐다”며 사진 두 장과 함께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이로 인해 미술계는 “잇따른 의혹에 이어 이젠 누드 사진이냐”며 혼돈 상태에 빠지고, 언론계와 여성계에서는 “인권 의식의 실종” “선정적 보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화일보는 이날 1면에 ‘신정아 누드사진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문화일보에 입수된 사진들에는 신 씨가 맨몸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며 “신 씨는 책들이 꽂혀 있는 방의 욕실 앞에서 다소 쑥스러운 표정, 또는 무표정한 모습으로 정면과 측면, 뒷모습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3면에는 신 씨의 앞뒤 모습을 담은 사진 두 장을 상당 부분을 가리고 게재했다. 》

▽누가 찍었나?=문화일보의 보도 직후 사진을 찍은 사람이 누구인지를 둘러싸고 신 씨가 기획한 전시에 참여하거나 평소 친밀했던 것으로 알려진 원로 작가들이 거론됐다. 증권가 정보지에서는 한 원로 작가의 이름이 나돌기도 했으나 당사자들은 모두 어이없어했다.

한 원로 작가의 부인은 “신 씨를 만난 적도 없고, 성곡미술관에서 여는 그룹전에도 참가한 적 없다”며 “사진을 유출한 사람이 신분을 감추기 위해 소문을 퍼뜨리는 모양인데, 알면 이야기해 달라”고 말했다.

다른 작가는 “신 씨와 친했고 전시를 한 것은 맞지만 누드 사진을 찍은 적 없다. 과거에 얼굴 사진 몇 번 찍어 준 적이 있으나 누드와는 거리가 멀다. 누드 사진은 내 전문도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작가도 “신 씨를 잘 알지도 못하지만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원로들이 그런 짓을 하겠느냐”며 “도대체 이런 사진을 공개한 의도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미술기획자는 이에 대해 “원로 작가들이 굳이 이런 누드 사진을 갖고 있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원로 작가를 통해 만난 젊은 작가가 찍어 소장한 것 같다”며 “사건을 ‘성추문’으로 몰아가면서 본질을 덮기 위해 누군가가 사진을 고의로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고 말했다.

▽미술계 충격=미술계는 신 씨와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부적절한 관계’에 이어 신 씨의 누드 사진이 공개되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갤러리의 대표는 “신 씨가 평소 원로들을 극진하게 대접했다고 하지만 설마 이런 정도였겠느냐”며 “신 씨의 사진이 사실이라면 미술계가 ‘소파 승진’의 온상 같다는 이미지를 줄 것 같아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갤러리에서 일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큐레이터는 “미술 시장이 활황이라고 해서 기대가 컸는데 신 씨 사건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며 “갈수록 미술계 전체가 매도되는 느낌이어서 명함을 내밀기 싫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사생활 침해 논란=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신 씨의 누드 사진을 실은 것은 인권 의식의 실종을 보여줄 뿐 아니라 여성에 대한 심각한 인권 침해”라면서 “해당 기사를 즉각 삭제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안민호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공적 이슈라고 해도 보호돼야 할 개인의 사생활이 있는데, 누드 사진 보도는 그 선을 넘었다”며 “신 씨 측이 초상권이나 명예훼손 등 소송을 걸 만한 보도라는 점에서 언론은 사생활 침해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관계자는 “이 사진이 사생활 침해 논란을 불러올 수 있으나 이번 사건의 핵심을 보여줄 수 있는 증거 자료로 여겨 최대한 가린 채 누드인지 정도만 알 수 있도록 게재했다”며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며, 보도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렵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사진이 신 씨의 예전 모습과 달라 조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 씨와 절친했던 한 작가는 “체형 팔 발 등의 모양으로 보아 신씨가 100% 맞다는 느낌을 확신할 수 없다”며 “사진을 찍은 곳도 고급스럽지 않은 분위기여서 신 씨의 평소 행동과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고 말했다.

허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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