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고위직에 유독 관대한 검찰

  • 입력 2007년 9월 12일 06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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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검 특수부는 엄창섭 울주군수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뇌물수수 혐의로 10일 구속기소했다.

건설업자와 공무원에게서 공사 수주 및 승진 청탁과 함께 총 6억47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다. 비서실장 등 5명도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직 분위기가 훨씬 투명해지고 반칙이 안 통한다는 인식이 확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의 이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시민이 많다.

검찰이 엄 군수를 향해 수사망을 좁히기 시작한 것은 비서실장을 구속한 7월 중순부터. 엄 군수는 비서실장 구속 직후 병가를 내고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7월 25일에는 환자복 차림으로 앰뷸런스를 타고 검찰에 출두했지만 검찰은 엄 군수가 정신적인 공황상태를 보이자 돌려보냈다.

한 달여간 입원했던 엄 군수가 지난달 중순 변호인을 통해 ‘업무 처리 후 출두’ 의사를 밝히자 검찰은 순순히 승낙했다. 엄 군수는 지난달 20일 울주군청으로 출근해 업무를 본 뒤 다음 날 검찰에 출두해 이틀 뒤 구속됐다.

엄 군수가 군수실에서 업무를 볼 때는 검찰이 군청 공무원들을 차례로 소환해 금품제공 혐의에 대해 한창 수사를 하고 있을 시점이었다.

검찰은 “피의자 인권보호와 울주군의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과연 검찰이 일반 피의자에게도 출두 전에 주변을 정리하도록 배려해 줄까”라며 의구심을 품는 시민이 많다.

검찰이 이런 의구심을 없애고 투명한 공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아직도 소문이 무성한 매관매직(賣官賣職) 혐의에 대한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검은 돈을 건네고 승진한 공무원들이 검찰의 ‘수사 끝’ 발표를 면죄부로 삼아 더 활개를 친다면 묵묵하게 자신의 업무에만 전념해 온 대다수 공무원의 사기는 꺾일 수밖에 없다.

정재락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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