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前청장, 받은 1억 어디에 썼나

  • 입력 2007년 9월 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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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건설업자 김상진 씨의 세무조사를 무마해 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상곤(53·사진)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이 김 씨에게서 받은 1억 원의 용처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3일 정 전 청장을 청사로 불러 1억 원의 용처 등에 관해 물었으나 그는 1억 원의 용처에 관해선 입을 다물었다.

정 전 청장 구속 당시 변호를 맡았던 L 변호사는 “(정 전 청장이) 김 씨에게 돈을 찾아가라고 몇 차례 전화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며 “(정 전 청장이) 그래서 돈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말대로라면 정 전 청장은 가방에 든 현금 1억 원을 받은 뒤 상당기간 사용하지 않고 집에 보관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검찰은 “(1억 원의 용처를) 조사했으나 현금인 데다 1년 전 벌어진 일이어서 추적이 어려웠다”며 “정 전 청장의 계좌에 대해서는 추적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돈의 행방은 찾지 못한 채 김 씨의 일관된 뇌물 공여 자백과 정 전 청장의 뇌물수수 사실 시인으로 정 전 청장은 구속됐다.

이와 관련해 정 전 청장의 주변 사람들은 평소 신중하다는 평을 받는 정 전 청장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1억 원을 받았더라도 이를 모두 개인적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한다.

정 전 청장 주변에선 “뭔가 곡절이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 전 청장이 받은 1억 원이 정치권 인사에게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검찰도 이 같은 점을 의식해 지난달 31일 보완수사 방침을 발표하면서 “(정 전 청장에게 준) 뇌물의 용처도 보완수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부산=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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