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전지하철 100배 즐기기<5>중앙로역

  • 입력 2007년 7월 20일 0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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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 충남도청과 대전역 사이의 중앙로에서는 ‘다시 부르는 희망의 노래-6월의 거리를 걷다’ 행사가 열렸다. 꼭 20년 전 이 거리를 수놓았던 민주화 시위를 재연하는 행사였다.

그해(1987년) 6월 15일 충남대생 7000여 명은 교내 집회를 마친 뒤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유성구 궁동 캠퍼스를 나와 이 거리를 거쳐 대전역까지 시가행진을 벌였다. 이 사실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이한열 군 장례식(10일) 이후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민주화 시위가 다시 전국적으로 불붙었다.

2002년 6월에도 중앙로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탈리아와의 8강전에 대한 응원전이 펼쳐진 것.

민주화 열망이 넘치던 거리는 이제 젊음을 발산하는 거리로 바뀌고 있다. 1996년 중앙로 은행동의 으능정이(은행나무와 정자를 아울러 표현한 말)거리에 차량 통행이 통제되면서 10대와 20대가 대거 몰려온 것.

특히 대전 지하철이 완전 개통되면서 둔산은 물론 도심 반대편인 노은동에서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젊음과 패션의 거리=은행동의 상권은 크게 지하와 지상으로 나뉜다. 대전 지하철 중앙로역으로 바로 연결되는 중앙로지하상가는 단일 지하상가로는 전국 최대 규모다.

1990년 개장할 때 480곳이었던 점포는 현재 602곳으로 늘어났다. 의류와 액세서리, 신발, 화장품, 가방 등 패션잡화가 70% 이상을 차지한다.

지상인 으능정이거리와 그 주변의 상가는 350여 곳. 이 가운데 35%는 패션점(옷과 신발 등), 30%는 액세서리 및 잡화점, 30%는 미용실과 소주방, 노래방이다.

대전지역 최초의 패션 백화점인 앤비와 그 뒤를 이어 개장한 밀라노21도 젊은이들로 북적댄다. 평일 5만 명, 주말 8만 명가량이 으능정이거리와 지하상가를 찾고 있다.

중저가 브랜드가 많아 5만 원만 있으면 옷 한 벌과 신발, 액세서리를 구입해 ‘변신’을 한 뒤 식사는 물론 노래방에서 즐거운 시간까지 보낼 수 있다.

‘컵탕수육’ ‘자장떡볶이’ ‘생과일꼬치’ 등 퓨전 음식을 파는 포장마차와 즉석 사진관, 길거리 아이스크림 가게 등도 즐비하다.

▽문화의 거리, 음식특화 거리=중구청 길 건너편은 문화의 거리. 호남, 일신 등의 필방과 현대, 이공 등 갤러리가 밀집해 있다. 주변에는 거리 분위기에 어울리는 전통찻집 다선일향과 저택형 커피숍 청청현, 햇비 등이 있다. 오랫동안 은행동을 지켜 왔던 대형 서점 계룡문고는 최근 선화동 삼성생명 빌딩 지하로 자리를 옮겼다.

선화동 삼성생명 뒤편은 중구청이 지정한 음식특화거리. 현재 84곳의 음식점이 밀집해 있다. 매콤한 맛의 두부두루치기가 일품인 광천식당과 청양식당, 돌솥백반으로 유명한 고려회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음식특화 거리는 아니지만 길 건너편의 청솔연탄구이는 이 주변에서 연탄구이의 원조로 불린다. 갈매기살에 이어 등갈비, 고추장양념 목살로 메뉴를 이어 가면 독특한 맛을 모두 즐길 수 있다. 양은냄비에 끓여 내는 콩나물국도 일품이다. 주인 강효선(45) 씨는 “냉동육이 아닌 냉장육을 쓰고, 굽기 전에 비장의 양념을 바른다”고 말했다.

▽횡단보도 설치, 중앙로 상가 최대 쟁점=대전시가 최근 중앙로(1.1km)를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조성하려 해 지하상가 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전시는 쾌적한 보행환경 조성을 위해 횡단보도를 설치하고 시내버스와 택시 등의 통행만 허용할 계획.

이에 대해 지하상가운영위원회 이재봉 회장은 “현재 지하상가 고객에게 발부하는 무료 주차권이 월평균 1만 장이 넘는다”며 “대중교통 전용지구가 되고 횡단보도를 무분별하게 설치할 경우 상권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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