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대장균 득시글”…때 아닌 ‘발 담그기’ 논란

  • 입력 2007년 7월 19일 11시 48분


청계천에서 더위를 피하는 시민들의 모습.[연합]
청계천에서 더위를 피하는 시민들의 모습.[연합]
장맛비로 인해 물이 불어난 청계천.[동아일보 자료사진]
장맛비로 인해 물이 불어난 청계천.[동아일보 자료사진]

“하류 및 일부 구간에선 발을 담그거나 물놀이해선 안 된다. 대장균에 의한 질환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고, 비온 뒤에는 더러운 물에 의한 자극 때문에 피부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환경단체ㆍ피부과 의사)

“청계천은 1급수에 가까운 맑은 물이다. 비온 뒤에도 바로 정화된다. 어디서든 발을 담가도 문제가 없다.”(서울시)

서울의 관광명소로 자립 잡은 청계천이 때 아닌 ‘발 담그기 안전성’ 논란에 휘말렸다. 신체의 일부를 물에 담갔을 경우 피부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것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서로 팽팽히 맞섰다.

논란은 한 언론사의 18일 보도에서 촉발됐다. 이 언론은 청계천에 발을 담근 뒤 피부 가려움증에 시달렸다는 가명을 쓴 시민의 사례를 들어가며 수질문제를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단체와 의료계는 대장균이나 오염 물질에 의한 피부질환 가능성을 제기하며 서울시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청계천은 1급수에 가까운 청정수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청계천, 피부질환 유발 가능성 “있다” VS “없다”= 환경운동연합 물·하천센터 이철재 국장은 19일 “청계천은 대장균이 검출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손이나 발을 담그는 등 물놀이를 할 경우 여러 가지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강 원수 자체에 대장균이 많다. 균이 제대로 정화가 안 될 경우 그대로 청계천에 유입된다. 사람 손에도 대장균이 많다. 특히 발은 신발을 장시간 신고 다니기 때문에 더욱 심하다”는 게 이 국장의 지적이다.

차&박 피부과 김미연 원장도 “피부질환이 일어나는 원인은 다양한데 물속의 여러 가지 균에 의해 질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청계천에 장시간 발을 담글 경우 자극성 피부염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설공단 청계천관리센터 강수학 부장은 “청계천은 2급수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매달 한 번씩 수질검사를 한다. 2급수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 기준은 3㎎/L이하인데, 매번 검사에서 1~1.2㎎/L정도의 수치가 나온다. 1급수에 가깝다”면서 “균에 의한 피부질환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강 부장은 “물에 대해 특별한 알레르기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일반인은 절대 피부질환이 일어나지 않는다”며 “아무리 깨끗한 물이라도 부정적으로 보려면 한이 없다. 단언컨대 국내 도시 하천 중 청계천만큼 깨끗한 곳은 없다”고 강조했다.

“오염물질 유입으로 비온 뒤 위험” VS “비온 뒤 30분이면 깨끗”=그러나 이철재 국장은 “서울시가 1년 365일 내내 수질 검사를 하는 게 아니다”며 청계천 수질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서울시는 청계천 수질 검사를 특정한 날짜에만 한다. 더구나 비가 오는 날에는 조사를 하지 않는다. 비가 오는 날에는 주변에서 여러 가지 오염물질이 하천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비가 그친 뒤 청계천에서 물놀이를 할 경우 피부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더욱 높다”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비가 올 경우 청계천 발원지의 하수처리 시설 문제점과 도로에서 하천으로 흘러드는 오염물질 등을 근거로 들었다.

“청계천의 발원지는 인왕산이다. 그곳에 하수처리를 위해 양쪽으로 하수관구를 뚫어 놨다. 비가 올 경우 한쪽이 막혀버리면 빗물의 역류 현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닫지를 못한다. 오염된 물이 그대로 청계천으로 흘러든다는 말이다. 또한 자동차 타이어가 마모되면서 발생하는 중금속 같은 물질이나 다른 오염물질도 빗물에 휩쓸려 도로에서 청계천으로 흘러든다.”

그는 “정수원인 성북천이나 정릉천도 아직 제대로 하천 관리가 안 되고 있다. 비만 오면 하수가 청계천으로 유입된다. 작년에는 두 곳의 물이 청계천으로 흘러들지 못하도록 막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김미연 원장도 “오염된 더러운 물에 의한 자극 때문에 비가 온 뒤 피부병이 더 많이 생긴다”고 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강 부장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비가 올 경우 도로 위의 쓰레기나 유해물질이 청계천으로 유입되는 건 맞다. 그러나 새물이 공급되기 때문에 30분 정도 지나면 밑으로 다 빠져나간다”고 항변했다.

또한 “청계천은 흐른다. 매일 상류에서 12만~13만 톤을 흘려보낸다. 어느 지점에 머무는 게 아니라 계속 흘러가기 때문에 상·하류 어디서나 물놀이를 해도 피부질환에 걸리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이 국장의 의견은 달랐다. 그는 “비가 온 뒤 오염물질이 다 흘러내려가는 게 아니다. 주위의 돌에 묻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시의 주장에 반박했다.

“시민들 스스로 안 들어갔으면…” VS “현실적인 대책 마련해야”= 서울시는 오히려 사람에 의한 물의 오염을 걱정했다.

강 부장은 “무좀이나 피부질환이 있는 사람이 들어갈 경우 당연히 물이 오염될 것이다. 이로 인해 혹 피부질환이 전염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 때문에 물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는 조례에 따라 시민들이 가급적 물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시민들이 원하기 때문에 청계천에 발을 담그는 정도는 묵인하고 있지만 그런 행동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청계천에서의 물놀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 다만 낚시, 수영, 알몸목욕, 야영, 취사 등 7가지 행위에 대해 행정지도를 하도록 조례로 제정돼 있다.

이 국장은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무조건 ‘깨끗하다’ ‘안전하다’고만 되풀이해선 안 된다. 평상시가 아니라 비가 온 후나 장마 전후에 청계천의 수질을 체계적으로 조사해서 어느 구간이 안전한지 그리고 어느 구간이 위험한지 시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이게 시민을 위한 바람직한 행정이 아니냐.”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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