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명칭 논란에 휩싸인 처용문화제

  • 입력 2007년 7월 19일 0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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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대표 축제는 처용문화제다. 울산공업단지 조성을 축하하기 위해 1967년 4월부터 시작된 울산공업축제를 제25회 축제 때인 1991년부터 처용문화제로 바꾼 것으로 매년 10월에 열린다.

이 축제는 외출에서 돌아온 처용이 자신의 아내와 한 이불을 덮고 있는 역신(疫神)을 춤(처용무)과 노래(처용가)로 물리쳤다는 ‘처용(處容)설화’에 근거를 둔 것. 설화의 발상지가 울산이고 처용의 관용과 화합 정신을 기리기 위해 이름이 붙여졌다.

이 축제의 명칭을 놓고 지금 울산에서 논란이 뜨겁다.

‘처용문화제 폐지(개선)를 위한 범시민운동본부’의 김진(울산대 철학과 교수) 실행위원장은 “설화는 신라시대 권력자의 횡포에 말 한마디 못하는 민중의 처절한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며 “이를 관용과 화합으로 해석해 축제 명칭으로 사용하는 것은 시민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처용문화제 추진위 박종해 위원장은 “처용의 아내와 동침한 주체는 사람이 아닌 신이며, 그 신을 춤과 노래로 물리친 것은 세계의 어느 설화에도 없는 관용과 화합의 상징”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울산시는 “인지도가 높은 축제의 명칭을 섣불리 바꿀 수는 없다”는 쪽이다.

범시민운동본부는 조만간 학술토론회를 개최하고 명칭 변경을 위한 시민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또 명칭이 변경되지 않으면 축제 거부운동도 벌이기로 해 자칫하면 반쪽 축제로 전락할 우려도 없지 않다.

화합을 내건 지역 대표 축제를 불화의 장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단체 주최로 축제 명칭 변경 여부를 공론화하는 수순을 밟는 게 올바른 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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