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가서 학위 입증” 신정아씨 몰래 출국

  • 입력 2007년 7월 1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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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학위를 위조한 것으로 밝혀진 신정아(35·여·사진) 동국대 교양교육원 조교수가 12일 비밀리에 귀국한 뒤 나흘 만인 16일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 교수는 자신의 예일대 박사 학위가 가짜라는 동국대 진상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스스로 학위 수여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미국으로 간다는 말을 주위에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귀국 나흘 만에 출국=대한항공에 따르면 신 교수는 이날 오전 11시 인천국제공항에서 뉴욕행 대한항공 KE081편에 탑승했다.

가짜 학위 의혹이 불거진 5일 프랑스 파리로 출국했던 신 교수는 12일 몰래 귀국한 뒤 나흘 동안 모처에서 잠적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기간 신 교수는 자신이 학예실장으로 있는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의 박문순 관장과 주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출국에 앞서 경북 청송군에 사는 신 교수의 삼촌(50)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에 가서 나의 결백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준비해 돌아오겠다. 동국대가 계속 문제 삼으면 내가 준비한 서류를 근거로 반박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고소 및 임용 취소 검토=광주비엔날레재단은 이날 “이르면 18일경 광주지검에 고소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변호사를 통해 법률 검토를 한 결과 신 교수가 박사학위 등을 위조해 광주비엔날레재단의 국내외 위상을 크게 실추시킨 만큼 ‘위계(僞計)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이상일 동국대 학사지원본부장은 “신 교수에 대해 임용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며 “임용 취소란 교원을 임용했다는 사실 자체를 없는 것으로 하는, 파면보다 더 강한 징계 조치”라고 말했다.

▽가족들 망연자실=신 교수의 모친 이모 씨는 이날 청송군 진보면 이촌리의 한 사찰에 머물고 있으나 외부와 일절 접촉하지 않고 있다. 이 씨는 신 교수가 파리에 머물고 있던 10일경 딸과 마지막으로 통화했으며 귀국 이후에는 만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씨 가족의 이웃들은 “이 씨가 1990년대 초 남편과 사별한 뒤 남편이 운영했던 주유소와 택시회사 등을 처분해 신 씨의 뒷바라지를 해 왔다”고 전했다.

▽뒷북치는 동국대=신 교수의 학위 위조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음에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던 동국대는 신 교수의 입국 및 출국 사실을 언론 보도 후에야 알았다.

동국대는 이날 출석 요구서를 신 씨의 집에 발송하고 e메일로도 보냈다고 밝혔으나 신 교수는 이미 뉴욕으로 떠난 뒤였다.

앞서 신 교수가 입국했을 때도 동국대는 ‘확인 중’이라는 해명만 반복했다.

특히 동국대는 신 교수를 임용할 당시인 2005년 9월 예일대로부터 받은 신 씨 학위 입증 팩스가 날조된 것과 관련해 예일대가 자체 진상조사에 나섰다고 밝혔으나 본보 확인 결과 예일대는 진상조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송=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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