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분기호 ∫ 모르는 공대 신입생 많은데…정부 ‘나몰라라’

  • 입력 2007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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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도권 A대는 올해 자연과학부 신입생 180여 명 중 절반 정도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인문계용인 수리 ‘나’형과 사회탐구만 치르고 합격했다. 이공계 공부에 꼭 필요한 과학Ⅱ 과목 시험을 본 학생은 20명도 채 안 됐다.

화학과 교수들은 원소주기율표를 못 외우는 학생이 절반 이상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2. 서울 B대는 2007학년도 입시부터 수능에서 과학탐구를 선택하는 학생에게 3%의 가산점을 줬다. 과학Ⅰ의 과목도 모르는 학생들을 도저히 못 가르치겠다는 이공계 교수들의 항의 때문이었다. 기준을 높이자 일부 학과는 겨우 정원을 채우는 등 지원자가 크게 줄어 난감한 처지가 됐다.》

미국의 유명 과학 저널인 ‘사이언스’ 최신호가 특집 기사를 실을 정도로 한국의 수학 과학교육이 위기에 처해 있지만 정부나 교육계 모두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어려운 과목 기피 갈수록 심해=과학계에서는 선택과목 중심의 7차 교육과정 때문에 학생들이 어려운 수학, 과학 선택과목을 기피한다며 개선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교육인적자원부가 올해 초 확정한 7차 교육과정 개정안은 과목 선택권을 더욱 확대했다. 고교 2, 3학년의 경우 선택과목은 어떤 것을 고르든 132단위 이상만 이수하면 된다.

이론적으로는 수학이나 과학 선택과목을 전혀 안 들어도 졸업할 수 있다. 일선 고교는 과학을 쉬운 Ⅰ 과목만 편성해도 별 문제가 없다.

과학계의 끈질긴 요구로 7차 교육과정 개정에서 고교 1학년 과학 수업이 주당 3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어났지만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학도 부실 교육에 한몫=대학들은 “고교에서 수학, 과학을 제대로 안 가르친다”며 불만을 드러내지만 대학이 이를 부채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자연계 입시에 수리 ‘가’형을 필수로 지정한 대학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30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학은 신입생 확보를 위해 수리 ‘가’ 또는 ‘나’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탐구영역 중 과학Ⅱ 과목을 반드시 요구하는 곳도 일부 의대, 약대를 제외하면 서울대뿐이다. 한양대가 과학Ⅱ 과목을 2개 선택하면 가산점을 주는 정도다.

대학들은 이들 과목을 필수로 지정하면 지원자가 크게 줄어들까 봐 우려하고 있다. 학생 모집에 애를 먹고 있는 지방대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반향 없는 대책 촉구=‘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은 지난주 각 대선 캠프 정책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차기 정부 과학기술 과제’라는 설명회를 열고 이공계 기초 교육을 강화해 달라고 호소했다.

신성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교수는 “7차 교육과정으로 붕괴된 수학, 과학 교육을 살리려면 이를 필수과목으로 바꾸도록 교육과정이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과정이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는 추세이고 과목 이기주의가 심해 수학과 과학만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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