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영어 고수 한국 학생대표 5명의 비법

  • 입력 2007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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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고등학생 토론 챔피언십 대회(WSDC)에 참가 중인 학생들은 영어를 잘 하는 비결은 평소 영어 책을 많이 읽고 영어 방송을 즐겨 보는 등 생활 속에서 영어를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홍석제 임서희 장원준 장훈익 정하빈 학생. 사진 제공 YBM에듀케이션
세계 고등학생 토론 챔피언십 대회(WSDC)에 참가 중인 학생들은 영어를 잘 하는 비결은 평소 영어 책을 많이 읽고 영어 방송을 즐겨 보는 등 생활 속에서 영어를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홍석제 임서희 장원준 장훈익 정하빈 학생. 사진 제공 YBM에듀케이션
“주말에 대형 서점에 가서 하루 종일 영어 원서를 읽거나 BBC 라디오 뉴스를 내려받아 틈틈이 들으면서 살아있는 영어를 익혔죠.”(대원외고 졸업생 임서희 씨·19)

“영어 실력을 쌓는 데 가장 도움이 된 것은 영어 고전 읽기였습니다. 재미도 있고 지식까지 쌓을 수 있어서 매력적입니다.”(한국외국어대부속외고 3학년 장원준 군·18) 영어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자녀가 한글을 떼기 전부터 영어 공부에 몰두하도록 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 영어공부, 흥미가 가장 중요하다

진정한 영어 고수들은 조기 영어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얼마나 영어에 흥미를 갖고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자료를 접하는지가 영어 실력을 좌우한다고 입을 모은다.

12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 고등학생 토론 챔피언십 대회(WSDC: World Schools Debating Championships)’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 고교생 5명은 모두 평소 영자신문을 많이 읽고 영어뉴스를 들은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올해 19회째를 맞는 세계 고등학생 토론 챔피언십 대회는 35개국에서 200여 명의 학생이 출전해 영어로 토론을 벌이는 권위 있는 대회.

대원외고 프랑스어반을 졸업하고 9월 미국 컬럼비아대 인권학부 입학을 앞두고 있는 임서희 씨는 지난해 이 대회에 출전해 8강에 오르면서 ‘최고의 비영어권 팀(EFL)’ 상을 받은 경력이 있다. 그는 “어린 시절에 부모님과 함께 영국에서 5년 정도를 보내 영어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면서 “하지만 한국에 돌아온 이후 스스로 영어를 공부한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임 씨는 영어학원에 다니거나 과외를 받은 적이 없는 독학파다. 대신 주말마다 아버지와 함께 서울 종로에 있는 대형 서점을 찾아 영어 책을 꾸준히 몇 시간씩 읽었다. 하루 종일 서점에서 보낸 날도 있었다.

그는 “문학을 특히 좋아해서 중학교 때까지는 일주일에 4, 5권 정도 영어책을 읽었다”며 “외고에 입학한 뒤 본격적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해서 영어신문을 읽고 영어뉴스를 내려받아 매일 듣다 보니 토론에 필요한 시사 상식도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글쓰기 연습 역시 책을 활용했다. 영어 책 한 권을 골라 한 문장씩 적어 가며 쓰기 연습을 한 것. 미국 역사 교과서를 통째로 정리해 연습하기도 했다. 토론 대회에서 특히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비결도 있다.

“영자신문에서 칼럼 섹션을 매일 스크랩해 찬성과 반대 의견을 모두 읽은 것이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다양한 이슈에 걸쳐 마음에 드는 주장은 문장을 그대로 외우거나 따로 정리해 나만의 비밀노트로 활용했습니다.”

학교에서 토론클럽 (Daewon Debate Club)을 직접 만들어 매주 수요일마다 그룹 토론을 주도한 것이 실전 대비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한다.

○ 영어와 함께 생활해라

영어 잘 하기로 소문난 고교 재학생들의 조언도 있다.

영국과 네덜란드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장원준 군은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원어민 강사가 있는 학원을 다니면서 영어에 대한 ‘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지난해 경희대가 개최한 고교영어토론대회를 계기로 토론에 흥미를 느낀 장 군은 “신문이나 책을 통해 영어를 익히면 생각을 깊이 있게 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어 매우 유익하다”며 “유명한 연사의 연설을 찾아 동영상 등으로 보면서 화법을 익혔다”고 말했다.

민족사관고 3학년인 정하빈(17) 양은 “중학교 때까지 영어 학원을 따로 다니지 못했다”면서 “고교에서 국제 반으로 진학하면서 영어 수업을 많이 듣고 영어 에세이 등을 자주 쓰다보니 영어 실력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정 양은 영어책 중에서도 특히 또래 친구들이 많이 보지 않는 고전을 찾아 읽는다. 그는 “요즘 인기 있는 책도 틈틈이 읽지만 ‘제인 에어’나 ‘오만과 편견’ 같은 고전을 특히 좋아하고 꾸준히 읽는다”며 “고전은 단어 선택이 조심스럽고 명문장이 많아 효과적인 어휘를 골라 쓰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원외고 3학년인 장훈익(18) 군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미국에 잠시 살았지만 한국에 돌아오니 금세 영어 실력이 줄어 중학교 때부터 다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며 “이해가 안 되더라도 늘 CNN 뉴스를 틀어 놓았고, 이코노미스트나 타임 같은 영어 잡지를 많이 읽었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해 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문법 위주의 형식적인 수업이 많아 결국 책과 뉴스 위주로 회화를 익혔다고 전했다.

서울국제고(SIS)에 재학 중인 홍석제(17) 군은 미국에서 태어나 12년을 살았기 때문에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편한 경우. 그는 “일상 영어와 토론을 위한 영어는 차이가 많이 있다”며 “좀 더 공식적인 언어를 쓰고, 듣는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강한 어조로 말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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