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전 재산 기부한 진정한 엔지니어 김현태 회장

  • 입력 2007년 6월 11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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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어 온 이공계 학문이 외면 받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학문을 중단하는 후배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조그만 정성을 보탭니다."

평생을 산업현장에서 일해 온 70대 기업인이 이공계 발전에 써 달라며 11일 20억 원을 모교인 인하대에 기탁했다. 이 학교 기계공학과 출신인 ㈜한일루브텍 김현태(70) 회장은 대학시절 등록금이 없어 제적당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학비 마련을 위해 노점상과 막노동을 한 끝에 1963년 천신만고 끝에 대학을 졸업했다.

"인천 앞바다가 얼 정도로 추운 겨울에 난방도 못하고 공부했지만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꿈을 잃지 않았어요."

그는 졸업 후 당시 충주비료공업㈜에 입사해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1974년 독립해 서울 영등포구 양남동에 '삼흥공업사'란 조그마한 공장을 차렸다. 엔지니어로 일한 경험을 살려 당시까지 수입에 의존했던 기아자동차의 '브리사' 승용차 기어커버를 단독 생산해 납품했다.

이후 김 회장은 운반하역기기, 항만하역기기 베어링에 윤활유(그리스, 모빌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장치인 집중윤활기기 국산화에 성공해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1993년에는 싱가포르 항만청(PSA)으로부터 삼성중공업 등 국내 중공업 회사들이 수주한 200여 기의 항만하역기기 자동윤활장치를 단독 납품하기도 했다.

엔지니어로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것 못지않게 김 회장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이유는 그의 검소한 생활 자세 때문이다. 김 회장은 한 번 구입한 구두와 양복은 유행이 지나더라도 10년 이상 입고 신는다.

그는 이렇게 모은 돈으로 이번 장학금 기탁 외에도 인하대 동창회를 통해 10년 간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해 왔으며 무의탁 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돕기에 힘쓰고 있다.

홍승용 인하대 총장은 "김 회장은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을 실천한 분"이라고 말했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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