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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5월 1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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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국전 정서는 국전 인기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었다. 정부가 미술진흥책으로 1949년 시작한 국전은 배고픈 예술가들이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국전 대통령상을 받으면 하루아침에 유명 인사가 됐다. 심사의 공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했지만 심사가 끝날 때마다 온갖 추문이 들려 왔다. 상을 받으려면 심사위원들을 찾아가 출품작 사진과 함께 돈을 줘야 한다고 했다.
▷1978년 지방전시 중이던 국전 입상작 58점이 도난당한 사건은 국전의 폐지를 재촉했다. 1982년 정부는 국전 운영을 미술인 단체인 한국미술협회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으로 이름을 바꿔 민간 행사로 전환한 것이다. 국가가 전람회를 개최해 상을 나눠 주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추태는 계속됐다. 다들 미술계 자율에 맡기면 해결될 거라고 했으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미술대전의 비리가 다시 뿌리를 드러냈다. 심사가 공정한지 감시해야 할 미술협회 이사장이 부정에 앞장섰다니 온통 썩었다는 소리를 들어도 미술계는 할 말이 없게 됐다. 장기간 침체됐던 미술시장이 모처럼 살아나는 시점에 제 발등을 찍은 격이다. 내부 자정(自淨)을 마냥 기다리고 있을 단계는 아니다. 세계적으로 미술품의 우열을 가리는 공모전의 의미는 퇴색하고 있다. 예술적 가치에 대한 판단은 가변적이고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미술 발전에 기여는 별로 없고 비리만 부추기는 미술대전은 폐지돼야 한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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