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고전여행]서머싯 몸 ‘달과 6펜스’

  • 입력 2007년 4월 2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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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만들고 싶은 코미디언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박수를 받는 아주 유명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지요. 그는 얼마 전에 자신이 제작한 영화를 세상에 내놓았고 꽤 좋은 반응도 얻었습니다. 이것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행운은 아니었습니다. 그에게도 쓰라린 과거가 있었거든요. 오래전 그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던 영화는 대중에게 차가운 외면을 당했습니다. 그런 그가 쇼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코미디언은 내 직업이다. 하지만 영화는 내 꿈이다.”

꿈이란 대체 뭘까요? 현재로서도 얼마든지 잘 먹고 잘살 수 있음에도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발버둥치는 것은 왜일까요?

영국 작가 서머싯 몸은 1919년 ‘달과 6펜스’라는 장편소설을 내놓았습니다. 후기인상파 화가 폴 고갱의 일생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어느 날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모든 것을 내팽개친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찰스 스트릭랜드로 잘나가던 증권 중개인이지요. 그에게 찾아온 꿈은 그의 인생을 폭풍 속으로 내몹니다.

제목이 참 신기하지요? ‘달과 6펜스’라니요. 찰스 스트릭랜드와 달, 그리고 6펜스. 이들은 도대체 무슨 관계에 놓여 있는 걸까요?

17년의 결혼 생활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급작스레 화가가 되겠다고 프랑스로 떠난 스트릭랜드. 그를 찾아 나선 서술자 ‘나’에게 그는 딱 잘라 말합니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요.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 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고 절실하게 이야기하는 스트릭랜드. 그에게 ‘화가의 길’은 꿈이자 곧 삶, 그 자체인 듯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예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지루하고 따분한 인간이라고 평했습니다. 화가가 된 그는 삼류 호텔에 묵으며 끼니도 제대로 연명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정말 화가가 되고 싶었던 겁니다.

“여보, 그 사람은 천재라니까. 당신은 설마 나를 천재로 생각하지는 않겠지. 나도 내가 천재였으면 좋겠어. 천재를 볼 줄은 알지. 천재를 정말 진심으로 존경해. 세상에서 천재보다 굉장한 건 없어. 천재들에게야 그게 큰 부담이 되지만 말이야. 천재들에게는 너그럽게 대해 주고 참을성 있게 대해 주어야 해.”

이것은 스트릭랜드를 ‘천재화가’로 인정한 스트로브가 자신의 아내에게 하는 말입니다. 스트로브는 인지도 있는 화가이자 ‘나’의 친구이기도 하지요. 스트로브는 세상사람 그 누구도 스트릭랜드의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자신만은 알 수 있다고 호언장담합니다.

스트로브 말대로 그는 정말 천재 화가일까요? 천재성을 발휘하는 사람들에게는 너그러움을 발휘해야 하고 참을성 있게 대해 주어야 할까요? 스트로브는 스트릭랜드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녀는 죽음을 선택했지요. 고열에 시달리는 스트릭랜드를 스트로브는 자신의 집에서 보살펴 줍니다. 그러다가 일이 꼬이게 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로브는 스트릭랜드에게 관용을 베풉니다. 스트릭랜드에게 같이 떠나자고 하지요. 그림을 더 잘 그릴 수 있는 곳으로요. 하지만 스트릭랜드는 차갑게 응수합니다. 여러분은 스트로브를 이해할 수 있나요? 아니면 스트릭랜드를 향해 돌을 던질 건가요?

파리를 떠난 스트릭랜드는 마르세유를 거쳐 타이티 섬에 이르게 됩니다. 그는 일일 노동을 통해 얻은 돈으로 물감을 사고 그림을 그립니다. 타이티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스트릭랜드를 천재 화가로 인정해 주는 사람도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이 정도만 하더라도 그는 자신이 소망했던 꿈을 이룬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그만 돌아가야 하지 않았을까요? 안락하고 미래가 보장된 그의 보금자리로요.

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그가 어떤 선택을 했고 어떻게 삶을 마감하게 되는지 궁금하다면 지금 빨리 ‘달과 6펜스’의 책장을 펼쳐 보기 바랍니다.

이승은 학림필로소피 논술전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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