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87주년]“반도 넘어 40억 대륙의 리딩뱅크로”

  • 입력 2007년 3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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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은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임원들이 참석하는 영업전략회의를 열고 중국 현지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사진 제공 우리은행
우리은행은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임원들이 참석하는 영업전략회의를 열고 중국 현지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사진 제공 우리은행
국내 은행들 아시아 공략 본격화

‘세계로, 특히 한국과 시장 상황이 비슷한 아시아로….’

올해 국내 금융권의 화두는 단연 글로벌 경영이다.

오랜 관치금융의 영향으로 다른 업종에 비해 글로벌화가 다소 늦었던 국내 금융회사들은 올해를 ‘글로벌 경영의 원년’으로 삼았다.

국내 은행들이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 눈을 돌린 곳은 일단 아시아다. 고객과 시장 성향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 법인-지점 대거 설립… 현지화에 초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나란히 홍콩에 IB센터를 개장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채권 정리 등의 분야에 뛰어들었다.

우리은행이 홍콩에 세운 홍콩우리투자은행은 그동안 싱가포르 선박회사인 퍼시픽 킹, 일본 시도(CIDO)해운, 인도네시아 포시즌호텔 등이 경영에 참여하는 신규 리조트 사업에 모두 2억4000만 달러의 금융비용을 주선했다. 올해 3000만 달러의 영업 수익을 올리겠다는 목표다.

현상순 홍콩우리투자은행 대표는 “은행의 IB업무는 과거 투자자문에서 자기자본투자(PI) 형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위기관리 능력이 특히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중국에 3개 지점, 베트남에 2개 지점, 홍콩우리투자은행, 인도네시아우리은행 등 아시아 지역에 2개 현지법인과 8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이에 뒤질세라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글로벌 리더’로 자리 잡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올해 초 “언제까지 좁은 국내시장에서 서로 빼앗고 빼앗기는 싸움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며 “해외 유망 시장을 적극적으로 찾아 사업 기회를 넓혀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신한은행은 9개국에 18개 해외 영업망을 거느리며 지난해 모든 지역에서 흑자를 내는 성과를 올렸다. 현지화에 초점을 맞춘 영업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 지역전문가 등 인재 양성에도 많은 투자

국민은행은 올해의 경영전략을 ‘글로벌 수준의 역량 개발’로 내걸었다.

올해 초 해외사업본부를 은행장 직속으로 신설하고 향후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현지 고객을 상대로 영업하기 위해 지역전문가 제도를 신설했다.

중국 인도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등 신흥시장을 대상으로 정해 내부 공모로 뽑았다. 선정된 직원들은 현지에서 해외경영학석사(MBA) 과정과 현지어 연수 등을 통해 그 지역 전문가로 거듭나게 된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7월 중국 현지 금융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중국 지린대에 ‘하나금융전문가과정’을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중국 인도 등에 12개 지점을 둔 외환은행도 가능한 한 현지 직원을 채용해 현지 영업 능력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 “각종 규제 풀고 적극적 정책 지원 필요”

국내 은행들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 좀 더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주요 선진국 은행의 해외 진출 경험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과 관련된 자격요건 심사 등 각종 규제는 선진국에 비해 엄격한 수준”이라며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해당 은행의 재무건전성 요건 이외의 진출 예정 지역 요건, 신설 필요성에 대한 판단은 각 은행에 맡기는 것이 좋다”며 은행의 자율권 보장을 주장했다.

그렇다면 국내 은행들이 적극 진출하고 있는 중국 시장은 어떻게 공략해야 할까.

산업은행은 ‘중국 IB 업무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중국 현지인을 책임자로 하는 영업 체제를 갖추는 등 고급 현지 인력을 확보해 중국 토종 기업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강정원 국민은행장 “뛰어난 국내IT 무기로 해외시장 공략”▼

“국내 은행이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자본력, 핵심 역량, 경영 능력 이 세 요소가 필요합니다.”

강정원(사진) 국민은행장은 국내 ‘리딩 뱅크’로서의 자존심을 이렇게 표현했다.

해외 진출에 매년 일정액 이상을 투자할 수 있는지, 영업 심사 그리고 업무의 3가지 분야에서 선진국 수준의 역량을 확보할 수가 있는지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을 가늠한다는 것이다. 현지 교민 고객을 뛰어넘는 현지인 대상의 경영능력도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5년 후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해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과 개발도상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금융시장의 개방화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정보기술(IT) 분야가 뛰어난 아시아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은행은 최근 일본 미쓰이 스미토모 은행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국내외 투자금융 업무를 공동 추진하는 업무 제휴를 했다. 두 은행은 기업 고객에 대한 자금관리서비스(CMS)도 공동 개발키로 했다.

강 행장은 “글로벌 트렌드가 저축에서 투자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기 때문에 투자은행의 영업체계를 시급히 갖추겠다”고 밝혔다.

▼ 신상훈 신한은행장 “친숙한 아시아 M&A-지분투자 확대”▼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 나가 교민을 상대로 경쟁하는 것은 결국 제 살을 깎아먹는 제로섬게임일 뿐입니다. 철저한 분석으로 각 나라 시장에 맞는 수익 모델을 개발하겠습니다.”

신상훈(사진) 신한은행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국내 금융회사가 살 길은 조직과 사업 역량의 체질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랜 해외 진출 역사를 지닌 씨티그룹 HSBC 등 선진 글로벌 은행들과 똑같은 방식으로는 경쟁하지 않겠다고 했다. 일단 시장에 대한 이해와 접근성이 높은 아시아 지역부터 인수합병(M&A)과 지분 투자를 하겠다고 했다.

신 행장은 글로벌 인재 양성을 특히 강조한다.

해외 지역 전문가를 길러 내기 위해 지난해 10개국에 26명을 파견했으며 올해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예산으로 250억 원을 편성했다.

신 행장에게 글로벌 리더가 되고 싶은 사회 초년생에게 권하고 싶은 덕목을 물었더니 되레 ‘하면 안 되는 것’ 3가지를 조언했다. △몰라서 가만히 있는 것 △부분적으로 아는 것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것이다.

그는 “중국 증시가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은 하나가 될 것”이라며 “은행 거래 경험이 없던 신흥국가가 ‘우리의 고객’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 김종열 하나은행장 “핵심 인재 육성 매년 40여 명 현지 파견”▼

“글로벌 금융시장을 리드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전략, 조직, 문화, 상품, 인력 등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글로벌 시장을 이끌 핵심 금융 인재 양성입니다.”

김종열(사진) 하나은행장은 글로벌 리더의 조건으로 “한국적인 인간미와 최신 금융전문지식을 갖추고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할 것”을 꼽았다.

하나은행은 현재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미국 40위권 내 정규 MBA 과정과 중국 칭화(淸華)대의 MBA 과정, 중국 베트남 인도의 어학연수과정, 뉴욕 등 7개 지점에서의 직장 내 교육훈련(OJT) 등에 연간 30∼40명을 파견하고 있다.

김 행장은 “향후 아시아 국가들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일본 한국 등 핵심 아시아 국가들이 보유 외환을 다변화할 경우 미국 채권 수요가 줄면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아시아 국가들의 영향력이 확대된다는 것이다.

김 행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분 참여 및 해외 금융기관 인수를 통해 해외 자산을 확대해야 한다”며 “금융지주회사를 통해 증권, 보험 등 2금융권의 해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꾀하겠다”고 밝혔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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