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여유' 찾아 이직 는다

  • 입력 2007년 3월 27일 11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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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전부인가요. 세상에는 더 소중한 가치가 많습니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기보다는 소득이 낮더라도 개인생활에 여유를 찾으려고 일자리를 바꾸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대기업 4년차인 장모(27·여) 씨는 업무 스트레스로 고민하다 이달 1일 모 대학 교직원으로 옮겼다.

예전 직장의 연봉은 높았지만 정해진 업무 목표와 매출액 달성 여부를 매일 평가하고 회의가 아침 저녁으로 열리는 등 숨돌릴 틈 없이 빡빡하게 돌아가는 근무 환경이 이직의 주된 이유다.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꽉 짜인 일과에다 야근까지 빈번했던 점도 직장을 옮기는 데 한몫 했다.

장 씨는 27일 비록 현재 직장의 연봉이 종전과 비교하면 5분의 3 밖에 안 되지만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근무시간과 업무 환경 덕분에 만족도는 오히려 더 높다고 전했다.

장 씨는 "예전엔 회사 일이 하루의 전부였는데 지금은 퇴근 뒤에 여유가 생겨 영어와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며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도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업무 효율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 전 예전 직장 동료를 만났는데 '얼굴이 많이 좋아졌다'는 말을 들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대기업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3년 간 일했던 김모(34) 씨도 2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새 삶을 시작했다.

회사 일에 얽매이다 보니 좋아하는 여행을 마음대로 갈 수도 없고 자기 계발 시간도 가질 수 없어 퇴직을 결심하게 됐다.

김 씨는 "프로젝트가 매일 있는 게 아니어서 수입은 회사 다닐 때보다 적지만 사정에 따라 업무 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장 씨나 김 씨처럼 여유로운 근무 환경을 찾아 직장을 옮기려는 젊은이가 2명 중 1명 꼴로 많은 것으로 설문 조사에서 드러났다.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 잡코리아(www.jobkorea.co.kr)가 최근 남녀 직장인 1335명을 대상으로 '지금보다 소득이 낮더라도 직장과 개인생활의 여유를 위해 직업을 바꿀 의사가 있는가'를 설문조사한 결과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가 50.6%(675명)나 됐다.

또 직장이나 개인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을 묻는 질문에 '일에 대한 만족도'(36.0%)와 '개인생활의 여유'(22.2%)란 대답이 많았고 '높은 소득'(14.7%)은 3위에 그쳤다.

김화수 잡코리아 사장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부와 명예보다 개인생활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돈을 버리고 여유를 쫓아 직장을 옮기는 '자유인'이 늘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분석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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