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후보를 투표로 뽑아?” 서울시, 부서장 2명 ‘퇴출’

  • 입력 2007년 3월 15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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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무능한 공무원을 퇴출시키고자 추진하는 ‘현장시정추진단’ 구성을 위해 실·국별로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한 ‘3% 방출 후보’ 명단 제출 마감을 하루 앞둔 14일 시 조직 전체가 종일 뒤숭숭한 모습이었다.

▽방출 후보 선정 잡음=방출 후보 결정권을 갖고 있는 실·국장과 사업소장들은 시로부터 마땅한 선정 기준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솔로몬의 해법’을 찾느라 곤혹스러운 모습이 역력했다.

시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일부 부서에서는 퇴출 후보 선정을 위한 직원 투표와 제비뽑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성동도로사업소의 경우 ‘3% 방출 후보’를 선정하기 위해 13일 전체 직원들을 기능직과 일반직으로 나눠 직종별로 방출 후보 이름을 써 내도록 했다.

성동도로사업소는 “후보 선정에 참고하기 위해 투표를 했다”며 “그러나 최종 결정은 소장과 과장 3명 등 간부진이 회의를 거쳐 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동부도로사업소도 역시 방출 후보 선정을 위한 투표를 실시했고 남부도로사업소는 전체 직원 모두에게 전출 희망 여부를 써 내도록 했다.

또 일부 부서에서는 ‘제비뽑기’로 후보자를 선정하려다 시로부터 중단 지시를 받았다.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은 “대부분의 실·국에서는 실·국장들이 과장들에게 방출 후보를 강제로 할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일부 부서에서는 방출 후보에 선정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직원들이 모두 전출 희망을 써 내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덧붙였다.

▽커져 가는 시와 노동조합의 힘겨루기=오세훈 시장과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 등 서울시 4개 공무원노조 대표들은 이날 오후 시장실에서 만났지만 서로 시각차만 확인했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전날 전 직원에게 보낸 e메일에서 밝힌 것과 같이 “3% 추가 전보인사는 실·국장들의 온정주의를 차단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며 “현장시정추진단을 구성하면서 불이익을 당하는 직원들이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또 방출 후보 선정을 위해 직원 투표를 실시한 간부들에 대해 “이들 기관장은 추진단 제도의 취지에 어긋난 행동을 했으며 3%를 소신 있게 결정하지 못한 리더십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승룡 서울시공무원노조위원장은 “현장시정추진단 제도는 준비가 미흡했을 뿐 아니라 선정에 객관적 기준도 없어 기관장 재량으로 판단하거나 투표 형태를 띨 수밖에 없었다”며 “시는 현장시정추진단 도입을 유보하든지 명확한 3% 선정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방출 후보 선정을 위해 직원 투표를 실시한 성동도로사업소장과 동부도로사업소장을 이날 직위해제했다.

시는 “이미 발표한 현장시정추진단 구성 계획을 바꾸거나 철회할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계획대로 내일 오후까지 방출 후보 명단을 모두 제출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는 “감사 등의 방법으로도 충분히 문제가 있는 직원들을 적발할 수 있는 만큼 3% 방출 후보 의무화는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며 “노조원들과 상의해 앞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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