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중학생 논술 클리닉

  • 입력 2007년 3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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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제

여성과 남성의 성 역할 분담이 만연되어 있는 이유를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글 (가)와 (나)의 내용을 바탕으로 6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 학생글

정민성·서울 봉림중학교 2학년

산업사회 이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경사회에서 농사를 주로 짓고 지냈다. 농경사회는 노동력이 중요한데 농사에서의 노동력은 힘이 좌우한다. 이는 남자가 여자보다는 더 힘이 강하기 때문에 여성보다 우위에 서게 되고 농사를 남자가 주로 지음으로 인해 경제권을 얻게 됨으로 남성은 여성보다 사회적 지위에서 우위에 서게 되었다. 이 상태는 수천 년 동안 유지되었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일어나자 여성들도 취직하여 직장을 얻어 경제권을 갖게 되었다.

그렇지만 남성과 여성은 신체구조가 다름에 따라 성에 알맞은 직업이 생겨나게 되었다. 예를 들어 남성은 근력이 여성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군인의 대다수는 남성이다. 그러나 간호사는 힘보다는 섬세한 살핌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이 여성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변함에 따라 성에 따른 직업의 제한은 사라지고 있다. 여성도 군에 들어감은 물론 장교가 돼고 남성도 여성의 직업으로 생각됐던 미용사, 간호사 등에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성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여성은 사회적으로 과거에 불리함을 생각하면 자신들의 주권을 주장했고 우리나라에는 여성부가 생겨서 여성의 권익 증진에 앞서고 있다. 그러자 남자들도 여성의 과도한 요구에 불만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남녀가 대립하기보다는 화합의 길로 가서, 서로 차이를 인정하게 될 것이다.

서권휘·전주 서곡중학교 3학년

우리는 생활 속에서 남과 여의 성 역할이 분담되어 있음을 많이 볼 수 있다. 언제부터 이러한 성 역할 분담이 시작되어 왔을까? 인류의 초기에는 남과 여의 구조에 따라 성 역할이 나누어져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수렵활동이나 기타의 다른 힘을 필요로 하는 일은 남자가, 양육이나 열매를 따오는 것 같은 일들은 여자가 하기로 서로 약속하고, 또 그렇게 지켰다. 그런데 남자는 남자대로 아들에게 힘을 쓰는 관습을 전해주고 여자는 여자대로 집안일을 하는 관습을 전해주다 보니, 힘을 가진 남자가 여자를 누르게 되었다. 또 양성적인 자식들이 태어났음에도 그 관습대로 키우다 보니 서로의 재능을 무시하고, 관습을 따르는 성 역할로 나누어져 버렸다. 그래서 항상 일의 결정권은 남자가 갖게 되었고, 여자는 그 나머지 일을 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관습이 정해져 버린 것이다.

이미 우리는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서로를 구속해 왔다. 그런 만큼 남녀의 성 역할 분담을 깨는 것은 후손에게 전하는 관습일 것이다. 남, 여의 평균적인 능력만을 가지고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개개인의 생활양식이나, 태도, 가치관들을 파악해서 일에 맞는 장점을 갖는 사람이 그 일을 하는 관습을 우리 스스로 가져야 한다. 또 그러한 관습들을 전해주는 어른들의 입과 손이 반세기 후의 남녀 성 역할 분담을 깨는 열쇠가 될 것이다.

■ 총평-‘사회 관습’ 다룰땐 ‘문제-원인-해결’ 구도로 접근해야

혹자는 인류의 역사가 ‘전쟁의 역사’라고 말한다. 여기서 전쟁의 역사란 ‘남자와 여자의 싸움’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이해하지 못해 자주 다툰다. 그러나 역사를 살펴보면 이 둘은 늘 서로 의지하고 타협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해 왔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필요로 하지만 문화나 사상에 따라 각자의 생각과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다투는 것뿐이다.

이번 논제는 여성과 남성의 성역할 분담이 생리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를 떠나 오랜 세월 동안 자리 잡은 인식이나 이해관계에서 비롯되었다는 전제 아래, 어떻게 이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지 묻고 있다.

따라서 여성과 남성의 잘못된 성역할 분담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으며, 이 때문에 생긴 고정관념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먼저다. 다수의 학생은 각자가 생각하는 성역할 분담의 사례 가운데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을 잘 지적해 주었다. 이런 문제가 어디서부터 생겨났는지 많이 고민한 흔적들도 엿보여 흥미로웠다.

그러나 여성과 남성의 성역할 분담을 ‘누가 누구를 지배하고 억누르는 것’ 정도로만 생각해 각자의 입장만 토로하는 글들이 있어서 아쉬웠다. 그중에는 남성에 의해 억압받고 어려움을 겪은 여성들이 이제는 지배 구도를 전복해야 한다는 주장의 글도 있어 논리적 전개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번 논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여성과 남성의 성역할 분담을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오늘날 여성과 남성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이런 식으로 제시된 문제, 즉 오랫동안 답습된 문제점을 주제로 글을 쓸 때는 ‘문제(현상)-원인-해결’이라는 구도에서 접근하면 자신의 주장을 훨씬 논리적으로 펼칠 수 있다.

정민성 학생의 글은 여성과 남성의 성역할 분담이 왜곡된 원인을 역사적 개관(槪觀)을 통해 잘 분석했으며, 이런 여성과 남성의 역할 분담이 현대로 오면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자세했다. 또한 성역할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데 주목하며 문제의 해결책으로 서로 간의 이해를 든 것이 논리적이었다.

그러나 역사적 내용을 기술하는 부분에서 다소 반론의 여지를 남겼다. 과거 농경사회가 모계사회였다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노동력에만 초점을 맞춰 ‘집안일은 여자가, 바깥일은 남자가 했다’는 식의 일방적인 대립 구도를 설정했기 때문이다. 역사적 개관을 통해 문제에 접근할 때는 정확한 사실을 가지고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해야 한다. 자신이 없을 경우 누구나 다 인정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사항을 들어 제시하는 것이 좋다.

서권휘 학생의 글은 여성과 남성의 불합리한 역할 분담에 대해 잘 지적했다. 여성과 남성의 역할 분담이 각자 성적(性的) 특징에 따라 나누어질 수밖에 없다는 부분도 잘 씌어 있다. 특히 관습에 따른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현대로 오면서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돋보였다. 또 여성과 남성을 떠나 개인의 능력이나 활동범위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성과 남성의 성역할 분담 왜곡에 대한 해결책 제시가 다소 미흡했다. 문제의 원인을 찾고 분석의 결과로 관습적인 문제를 지적한 것은 훌륭했지만, 여기까지는 주장이라기보다 의견 제시에 가까워 보인다. 논자가 완곡한 어법을 사용하는 바람에 주장이 명확하게 전달되지 못해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항상 자신 있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어떤 것이 나만의 주장인지를 분명하고 완고한 어법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 좋다.

김재필 LC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

■ 다음논제, 써서 보내요

부모님은 종종 내 행동을 규제할 때가 있다. 이 때문에 ‘지나친 간섭’이라며 부모님과 다투기도 한다. 이런 경우 우리는 부모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며, 어떤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글 (가), (나)의 내용을 바탕으로 600자 내외로 논술해 보자.

■ 제시문

(가)그러나 부모님의 사랑이 양 할머니의 경우처럼 언제나 부드러운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녀를 꾸짖기도 하고, 매를 들기도 한다. 그것은 부모가 자녀를 미워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에 자식의 잘못을 바로잡아 주기 위해서이다. 정원사가 가지치기를 하는 것은 나무가 미워서가 아니라 오히려 나무가 잘 자라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부모는 자녀가 올바른 길을 가도록 하기 위해 정(情)을 억누르고 자녀를 엄하게 대하는 것이다.

조선시대에 한호의 어머니는 떡 장사로 어려운 살림을 하며 아들을 공부시켰다. 그런데 아들이 어머니가 보고 싶은 마음에 공부를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오자 어머니는 아들의 글 솜씨를 시험하여 크게 부족함을 깨닫게 하고 다시 돌려보냈다고 한다.

후에 한호의 학문과 글씨가 높은 평가를 받게 된 데에는 그 어머니의 힘이 컸음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호의 어머니도 다른 어머니들처럼 아들이 보고 싶고,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컸겠지만, 자식을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 꿋꿋이 참고 모질게 대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님이 우리를 꾸중하고 엄하게 대한다고 해서 정말로 우리를 미워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오히려 우리 잘못을 무조건 덮어 주거나 맹목적으로 보살펴 주는 것은 바람직한 부모님의 사랑이 아니며, 결과적으로 우리를 위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중 1 도덕 172∼173쪽]

(나) 부모님은 심문을 끝냈고 나는 어둠침침한 방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부모님한테서 처음 들은 말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건 아마 어른들만 통하는 비밀일 것이다. 망가진 이불 텐트에 올라앉아 있으니까 잠시나마 라이너의 화약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망나니가 무슨 말이지?

왜 라이너가 나를 만지면 안 되는 거지?

“코딱지 후비개. 그 애는 코딱지 후비개야!”

미하엘 프랑케는 그렇게 말했다.

물론 그건 맞는 말이었다. 처음에 나는 마디마디 불거진 데다 새 발톱처럼 거친 그 애의 손을 만지는 게 싫었다….

하지만 나는 그 애한테서 나는 화약 냄새가 좋았다. 웃을 때마다 보이는 앞니의 벌어진 틈새도. 그 애는 지하실 고양이를 쫓아냈고 거미 길들이는 법도 알려 주었는데… 그런데도 그 애하고 친구가 되면 안 된다는 걸까?

갑자기 머릿속에 아주 나쁜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그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들 싫어하는 앤데, 어떻게 나만 혼자 친구가 되어 줄 수 있겠어?’

어두운 방의 차가운 침대에 누워 있던 나는 머릿속에 떠오른 무서운 생각에 진저리를 냈다. 하지만 생각은 계속 이어졌다. 약간의 화약 냄새를 맡은 대가로 한여름에 한 달간 외출 금지령을 받다니. 세 가지 작은 비밀을 알게 된 대가로 한여름에 한 달 동안이나 외출 금지 신세라니….[거미 길들이기를 배운 날]

박승렬 LC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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