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금 3조 쓰면서 60만 원 없어 ‘우라늄 물’ 방치?

  • 입력 2007년 2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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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천시 장평1리 주민 180명이 음용수 기준치의 54배에 이르는 우라늄이 포함된 물을 먹어 온 사실이 밝혀졌다. 우라늄 함유량이 이렇게 많은 물은 단기간 마시더라도 신장 이상이나 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더 기막힌 것은 4년 전 이곳에서 4.5km 떨어진 지점의 지하수에서 우라늄이 검출됐지만 지금껏 아무런 대책 없이 인근 지역 주민들까지 ‘우라늄 물’을 마시도록 방치했다는 사실이다. 환경 당국이 주변 지역에 대해 추가 정밀조사를 하지 않아 생긴 일이다. 환경부는 “예산이 없어 조사를 못했다”고 발뺌하지만 정작 검사에 필요한 예산은 1곳당 60만 원에 불과하다. 매년 3조 원 이상 책정된 환경 관련 예산의 0.00002%도 안 되는 돈이다. 정부가 거창한 행정개혁을 한다며 쓰는 세금 중에 ‘모래 한 알’ 정도만 떼 내도 이 정도 검사는 하겠다.

정부는 같은 이천 지역의 하이닉스반도체 공장에 대해서는 ‘구리 배출’을 이유로 증설을 막았다. 하이닉스가 증설을 추진한 지 1년 가까이 정부는 구리의 배출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13조5000억 원 규모의 투자만 가로막아 6600개의 일자리를 날렸다.

구리는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해롭지만 피와 뼈, 머리카락을 구성하는 물질이다. 반면 인체에 무서운 질병을 일으키는 우라늄은 식수 함유 허용치(30ppb 이하·미국 기준)가 구리(1ppm 즉 1000ppb)의 33분의 1밖에 안 될 정도로 독성이 치명적이다.

세금을 물 쓰듯 하는 정부의 국민에 대한 행정서비스는 이렇게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다. 그런데도 국민을 위해 개혁한다는 소리는 레코드처럼 반복되고, 대통령과 그 유사색(類似色)인 좌파 학계는 실정(失政)에 대한 ‘네 탓’ 공방을 벌이며 ‘교조적 진보’니 ‘유연한 진보’니 하는 공허한 말다툼이나 하고 있다. 국민, 특히 약자(弱者)의 삶을 외면하는 것이 진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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