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중증장애 3남매 ‘빛나는 졸업식’

  • 입력 2007년 2월 15일 0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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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남매의 뜨거운 향학열 앞에 장애도 한 걸음 비켜섰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경남 하동군 양보면 지례리 성재현(69·농업) 오봉점(62) 씨의 아들 태근(39), 윤(34) 씨와 딸 보숙(36) 씨. 지체장애 1급의 중증 장애를 가진 이들이 6년간의 재택(在宅) 수업을 마치고 15일 오전 진교초등학교에서 ‘빛나는 졸업장’을 받는다.

14일 오후에는 재택 교육담당인 강화정(26) 선생님과 마지막 수업을 한 뒤 눈물로 작별인사를 나눴다.

모두 건강하게 태어났으나 6세를 전후해 장애가 찾아온 이들은 주위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 비관 속에 서른이 가깝도록 집에 박혀 있었다. 형편이 어려워 치료도 받아 보지 못했다.

이들 남매의 학업과 ‘세상 나들이’는 맏이인 태근 씨의 아이디어로 2001년 시작됐다. 바깥소식을 전해 주는 유일한 도구인 라디오에서 “행복이란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길 때 찾을 수 있다. 내가 행복해야 세상이 행복해진다”는 말을 듣고 동생들에게 글을 배우자고 제안한 것.

당시 진교초등학교 특수교육 담당이던 최채림(52·현 하동교육청 장학사) 선생과 하동군의 도움으로 입학한 뒤 6년간 어려운 여건에서도 일주일에 세 번, 하루 4시간씩 꼬박꼬박 공부했다. 현장 체험학습이 곁들여졌고 가끔 학교에서 어린 급우들과 통합수업도 받았다.

지난해부터 이들을 지도한 강 선생은 “태근 씨 남매가 나이는 많지만 잘 따라 주었고 좋은 분위기에서 수업을 했다”며 “헤어지려니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화가 지망생인 태근 씨는 그림에 소질이 있다. 보숙 씨는 국어를 잘하고,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꿈꾸는 윤 씨는 수학에 강하다.

이들은 “주변의 도움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다음달 특수학급이 있는 하동 중앙중학교에 진학해 배움을 이어갈 예정이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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