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출입국사무소 불…경찰 “탈출 노린 방화인듯”

  • 입력 2007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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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전남 여수시 화장동 법무부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불법 체류 외국인 수용시설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중국인 8명과 우즈베키스탄인 1명 등 9명이 숨지고 1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수용시설 바닥에 깔린 보온용 우레탄이 불에 타면서 많은 유독가스가 배출된 데다 방마다 쇠창살이 설치돼 대피가 지연되면서 피해가 커졌다. 화재 당시 직원이 화재경보기를 손으로 눌렀으나 울리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불은 이날 오전 3시 55분경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304호에서 발화돼 3층 일부를 태우고 40여 분 만에 진화됐으나 304호(4명), 306호(4명), 305호(1명)에 수용돼 있던 외국인이 숨졌다. 국적별 사상자는 중국인이 25명(사망 8명, 부상 17명)으로 가장 많고 스리랑카인 1명도 부상했다.

부상자는 성심병원 등 여수 시내 4개 병원과 광주 전남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에는 불법 체류 사실이 적발돼 강제 출국을 앞둔 남자 51명, 여자 4명 등 외국인 55명이 수용돼 있었다.

경찰은 불이 나기 5분 전 304호에 수용돼 있던 중국 동포 A(39) 씨가 방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의 화면을 물에 적신 휴지로 가렸다는 직원들의 말에 따라 A 씨가 탈주하기 위해 불을 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A 씨는 불이 나기 5시간 전인 10일 오후 11시경부터 두 번에 걸쳐 감시카메라를 휴지로 가려 경비용역업체 직원과 승강이를 벌였다. 화재가 날 당시에도 감시카메라 화면에 휴지가 붙어 있었으나 용역업체 직원은 나중에 뗄 생각으로 이를 제거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은 A 씨가 현장에서 숨진 데다 304호 텔레비전 뒤쪽에서 전기 스파크가 일어났다는 진술도 있어 방화가 아닐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2005년 1월 화장동으로 청사를 이전한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에선 그해 4월에도 러시아인 3명이 지른 것으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곧바로 불이 진압돼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그 뒤로도 소방 방재시설에 대한 보완 대책은 없었다.

한편 한명숙 총리는 이날 김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이번 사고를 계기로 외국인 불법 체류자 수용시설에 대한 일제 점검을 통해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여수=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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