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불구속 실형 …현대차 어떻게 되나

  • 입력 2007년 2월 5일 14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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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그룹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연초 노조의 불법파업에 회사가 흔들거리더니 구심점 역할을 해야할 정몽구 회장마저 5일 보석은 유지된 상태지만 실형을 선고받아 정상적인 대내외 경영활동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침체에 빠진 내수와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격화를 이겨내기 위해 뛰어가도 모자랄 판에 회사 내부의 온갖 악재가 한꺼번에 터져나옴으로써 현대차가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회사 안팎에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회사내부로는 이번 판결로 당초 이달초 예정됐던 임원인사가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

◇내우외환 맞은 현대차 = 미국의 LA타임스는 전날 '현대차의 험로'란 제하의 경제섹션 톱기사를 통해 "이번 공판은 만성적인 노사분규, 원화 강세, 해외판매 부진 등 악재가 겹쳐 작년 35%의 이윤이 감소하며 고전하고 있는 현대차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해 6년만에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이달에는 내수와 수출에서 판매량이 줄면서 국내 완성차 5개 업체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1월 미국 자동차 판매시장에서는 도요타와 혼다, 닛산 등 일본업체들이 성장세를 이어간데 반해 현대차는 8.2%나 판매대수가 줄었다.

러시아 수입차 시장에서는 지난해 2년간 지켜온 1위 자리를 내줘야 했고 혼다, 도요타, 르노, GM은 인도와 중국시장에서 잇따라 막대한 투자계획과 마케팅 강화전략을 내놓으며 현대차를 압박하고 있다.

더욱이 작년 환차손으로 적자를 보인 기아차 역시 올해도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어 그룹 전체로 경영난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정몽구 회장이 이번 판결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는다면 현대차 그룹이 제시한 '273만5000대 판매, 42조 원 매출'이라는 올해 목표는 물론 '2010년 글로벌 6위'의 목표도 달성여부가 불투명하다는게 안팎의 지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항소심 등 기회가 남아있고 제한적이지만 경영활동이 가능해 그룹회장으로서 정 회장의 역할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임원인사, 경영권 문제 어떻게 되나 = 정몽구 회장에 대한 이번 선고결과가 당초 이달내 이뤄질 임원 인사에 어떻게 반영될 지도 관심이다.

현대차는 정 회장의 선고를 이유로 매년 연말이나 연초께 단행하던 임원인사를 미뤄왔으며 선고가 집행유예로 끌날 경우 이번주중이라도 인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 회장이 징역형을 받게 됨으로써 향후 경영계획 수립, 항소심 준비 등으로 인사는 빨라야 이달말로 늦춰질 공산이 크다.

현대차는 앞서 "사장단 인사를 작년 하반기에 마무리했기 때문에 올해 인사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왔다.

일각에서 정 회장이 재판결과에 따라 분위기 쇄신과 문책성 차원에서 인사를 단행, 인사폭이 예상외로 커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현대차 관계자는 "인사 계획이 불투명해졌지만 아직 원칙이 바뀐 것은 없다"고 잘라 말해 조직안정을 위한 경영진 유임쪽에 무게를 뒀다.

경영권 문제와 관련해서도 현대차는 "달라진게 없다"는 반응이다.

일부에서 이번 판결에 이어 앞으로 현대차가 제기할 항소심 결과가 기대에 못미칠 경우 정 회장이 정의선 기아차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은데 대해 "이번 사태로 경영권을 넘겨줄 생각이었다면 작년에 이미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결 결과에 상관없이 정 회장이 당분간 현대기아차 그룹의 수장으로서 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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