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7년 1월 30일 03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판사 실명 공개’를 결정한 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던 일부 위원은 “그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고, 대법원도 판사 실명 공개를 통해 여론 몰이를 하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반대하고 있다.
과거사위 설동일 사무처장은 29일 “긴급조치(1974년 1월∼1979년 12월 시행)를 위반한 혐의로 열린 589개 사건, 1412건의 재판 결과(1, 2, 3심 포함)에 대한 판결 내용과 판사 명단을 담은 보고서를 이번 주 중 발표하고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설 처장은 “명단을 따로 발표하거나 발표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고 판사 이름이 붙어 있는 판결문을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되는 판사는 중복 재판을 고려하더라도 수백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과거사위의 한 위원은 “개략적인 안건만 보고받았지 판사 실명 공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다”고 말해 그 같은 결정의 배경이 무엇이며 충분한 내부 논의를 거친 것인지 등에 관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다른 위원은 “9일 34차 전체회의 때 긴급조치 안건과 관련해 가해자, 피해자 부분만 ○○○으로 표시한다고 했지 판사 부분은 논의하지 않았다”며 “다음 달 6일 회의 때 논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사위의 또 다른 위원은 “보고서를 보면 1400여 건이 도표로 정리돼 있는데 사건 내용 몇 줄에 긴급조치 ○호 위반, 1심 재판관 ○○○, 2심 재판관 ○○○”식이라며 “재판관 이름을 발표하는 것은 원칙이지만 너무 내용만 간단히 나오고 이름을 나열하는 식이라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학계 등에서는 “당시 실정법인 긴급조치에 따라 판결할 수밖에 없었던 판사들을 여론 재판하려는 것은 당시의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과거의 잘못된 판결은 재심을 통해 바로잡는다는 게 대법원의 방침”이라며 “단지 긴급조치 시절 재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긴급조치 판사’라는 식으로 몰아붙인다면 또 다른 포퓰리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도 “당시 실정법을 어떻게 현재의 실정법 하에서 판단하려 하느냐”며 “답답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신현호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정치적 오해를 부를 수 있으며, 발표 주체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근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법원과는 전혀 무관한 과거사위에서 일률적으로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문제”라며 “재판이나 당시 사건의 법적인 문제를 살피는 것이 아니라 과거사에 초점을 맞춘다면 결국 여론 재판이나 여론 심판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우철 중앙대 법대 교수는 “재판 공개의 원칙에 따라 크게 문제될 일은 아니다”라며 “사실을 적시하는 것이고 공인인 판사가 판결했던 공개된 내용을 다시 한번 밝히는 것이 왜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