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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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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전말=전직 대학교수 김명호(50) 씨는 15일 오후 6시경 서울 송파구 잠실동 W 아파트 12동 1층과 2층 사이 계단에서 박홍우 부장판사가 퇴근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 씨는 오후 6시 33분경 박 부장판사가 관용차에서 내린 뒤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고 박 부장판사를 불렀다. 뒤돌아보는 박 부장판사에게 김 씨는 갖고 간 70cm 길이의 검은색 철제 석궁을 겨누며 위협했고, 박 부장판사는 가방을 들어 가로막으며 실랑이가 벌어졌다.
1.5m쯤 떨어진 거리에서 김 씨는 화살 1발을 쏘았고, 이는 박 부장판사의 배꼽 왼쪽 아래 부분에 맞았다. 박 부장판사가 무릎을 꿇고 쓰러지자 김 씨는 박 부장판사의 어깨를 붙잡고 뭔가 얘기를 하려 했고 그 순간 뒤쫓아 온 박 부장판사의 운전사인 문모 씨와 아파트 경비원 김덕환(61) 씨에게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김 씨는 붙잡혀 가면서 “국민의 이름으로 판사를 처단하려 했다”고 소리쳤고, 서울 송파경찰서로 연행된 뒤에도 “법을 무시하는 판사들, 사법부가 얼마나 썩었는지를 (보여 주기 위해) 합법적인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고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6개월 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근처에서 40만 원을 주고 취미용으로 석궁을 샀으며, 박 부장판사를 살해할 의도로 구입한 것은 아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석궁을 쏜 거리가 너무 가까워 살인미수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는 검토해봐야 한다”며 “살인미수죄 적용이 안 되면 중상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전 교수, 법원에 강한 불만=1996년 교수 재임용 탈락 후 뉴질랜드와 미국 등지에서 무보수 연구교수로 일하다 2005년 3월 귀국한 김 씨는 “대법원이 1986년 ‘재임용은 학교 측의 자유재량권에 속한다’는 판결을 내리는 바람에 해직 교수가 복직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2005년 8월부터 대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여왔다.
또한 김 씨는 최근 이용훈 대법원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 대법원장이 지난해 11월 지방법원 순시 과정에서 검사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때마침 김 씨는 박 부장판사를 습격한 15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소환돼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당초 김 씨는 오후 2시에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조사 시간을 오전으로 앞당겨 달라고 요청해 오전에 조사를 받고 돌아갔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박 부장판사를 습격하려고 미리 계획을 세워 놓았기 때문에 조사 시간을 오후에서 오전으로 당겨 달라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피습 직후 서울 강남구 서울의료원으로 옮겨진 박 부장판사는 응급치료를 받은 뒤 오후 8시 50분경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의 1인용 특실로 병실을 옮겼다. 장기에 손상을 입을 정도로 상처가 깊지는 않아 중상이 아니라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사건 직후 보고를 받은 이 대법원장은 오후 8시 반경 서울의료원을 찾아 박 판사의 상태를 살펴보고 돌아갔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석궁, 20m거리서 10cm 송판도 관통
총 같은 활… 근접 발사땐 위력 떨어져▼
명중률이 뛰어나고 20m 정도의 거리에서 두께 10cm가량의 송판을 관통할 정도로 위력이 강해 총과 양궁의 장점을 모두 갖춘 무기로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식 무기가 개발되기 전까지 전장(戰場)에서 많이 사용됐다. 발사할 때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아 지금도 특수부대에서는 저격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최대사거리는 약 270m이며 유효사거리는 50∼60m.
그러나 발사된 화살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일정한 거리가 필요해 오히려 너무 근접해 발사하면 위력이 떨어진다.
이런 파괴력 때문에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으로 소지와 사용에 규제를 받고 있지만 초보자도 10여 분이면 배울 수 있어 최근에는 주로 사냥 및 스포츠 레저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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