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중학생 논술 클리닉

  • 입력 2006년 12월 2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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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제

‘정의’는 옳은 것을 추구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도 ‘정의’를 내세워 혁명과 같은 피를 부르는 일을 일으켜 국가나 세계를 위태롭게 만든 사건이 많았다. 이런 것들을 보았을 때 글 (나)에 등장하는 ‘홍길동’의 행동은 과연 옳은 것인지 글 (가)의 내용을 바탕으로 600자 내외로 논하시오.

■ 학생글

강지영·부산 분포중학교 1학년

정의란 ‘바르고 옳은 것’이라는 뜻이다. 옳은 일은 장려해 주고 옳지 않은 일은 벌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 속에 수많은 일이 합리화되기 위해 ‘정의’라는 말을 자주 내세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시점에서 볼 때 글 (나)에 등장하는 ‘홍길동’ 또한 정의를 앞세워 옳지 못한 일을 한 인물이다. 홍길동 스스로는 탐관오리를 벌하고 백성을 도우려는 생각으로 무기와 곡식을 훔쳤지만 이것은 사실 정의라는 이름으로 옳지 못한 일을 한 것이 된다. 또한 자신의 도적질로 인해 백성들이 더 불행해 질 수 있다는 사실은 제쳐둠으로써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도 피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시점에서 홍길동은 부패한 세상 속에서 백성들의 희망이 된 영웅이라 볼 수 있다. 그는 다수 백성의 행복을 위해 소수의 지배자를 타도함으로써 여러 사람의 이익과 행복을 위한 공공복리를 실천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홍길동은 소설 속에 존재하는 한 주인공이었지만 자신의 행동을 정의로 합리화한 인물이자 공공복리에 공헌한 인물인 것이다. 하지만 정의는 일정한 요건이 같으면 누구에게나 똑같이 대해 주는 것이므로 백성들의 시선으로 그들을 위한 정의를 실천한 홍길동은 정의를 실천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배연실·충남 금산여중 2학년

정의란 옳은 일을 말한다. 모든 사람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또 사회가 올바르게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홍길동이 관리들의 곡식을 빼앗아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홍길동이 그들의 돈이나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백성들에게 갖다 주었다고 치자. 관리들은 이에 더 흥분하여 백성들에게서 더 착취해 나갈 것이다. 그렇다면 홍길동이 관리의 재물을 훔쳐 나누어 주어도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나누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관리가 자신의 재산이 없어진 것을 빌미로 다른 세금이나 곡식을 바치라고 한다면 마을의 모든 백성이 세금을 내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홍길동에게서 받지도 못한 백성들은 오히려 더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홍길동이 진정으로 백성들을 위한다면 관리들의 재물만 훔쳐가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방도로 일을 했어야만 했다. 그것이 정의인 것이다. 도덕은 원인을 보고 법은 결과를 본다고 했다. 그렇다고 치면 홍길동은 도덕적으로는 옳은 일을 했지만 법적으로는 그른 일을 한 것이다. 홍길동이 관리의 재물을 훔친 이유는 백성들을 돕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홍길동은 법적으로도 어긋나지 않는 방법으로 백성들을 도와줄 수 있었다. 그러나 정의가 법에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홍길동의 행동이 정의롭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다.

가치관 요구하는 논제엔 자신의 판단기준 명확히 제시해야

■ 총평

‘정의 실현’, ‘정의 사회 구현’ 또는 유명한 애니메이션 ‘세일러문’에서 ‘사랑과 정의’의 실천을 부르짖는 것과 같이 우리는 ‘정의’라는 말을 사회 속에서 심심치 않게 보고 듣는다. 그러나 우리는 정의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또 왜 이 말을 사용하는지 생각해 보지 않고 간과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정의에 대해서 글 (가)는 법의 이념 아래에서 ‘옳은 것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제시하고 있으며, 이런 정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공공복리’가 우선시 되어야 함을 말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글 (나)는 허균의 ‘홍길동전’으로, 조선시대 신분제도, 축첩제도, 서얼차별제도 등 사회적 모순을 타파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홍길동’이라는 영웅적인 인물을 내세우고 있는 작품이다.

이번 논제는 정의의 개념을 미리 제시하고 이 개념의 기준 아래에서 홍길동의 행동을 평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자 나름대로 판단되는 정의의 기준이 무엇인지 바로 서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홍길동이 한 행동의 시비(是非)를 명확하게 가려내야 한다. 이번 논제에서는 지금까지 기존 교육이나 일반적인 학습을 통해 홍길동이 정의로운 인물로만 평가 받던 것과는 달리 다양한 근거를 들어 새로운 평가를 내린 글이 많아 고무적이었다. 또한 관념적 용어인 ‘정의’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리를 통해 문제를 접근하는 능력이 모두 뛰어났다. 그러나 누구를 위한 정의이며, 누구에 의한 정의인지 등의 나름대로의 가치관이 내재되어 있지 않은 글들도 보여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떤 문제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 요구되는 경우 무엇보다도 논자의 판단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아야 한다.

강지영 학생의 글은 ‘정의’에 대해 개념 정리가 올바르게 되어 있으며, 정의라는 명분 아래 자행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인식이 잘 잡혀 있다. 또한 홍길동이 펼친 일에 대해 공공복리를 생각한 일임은 인정하나 그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역효과까지 지적하는 능력을 보여 주었다. 즉 정의의 실현이 역으로 정의롭지 못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예견하였다. 그러나 논자가 주장을 드러내는 가운데 글 전체의 통일성이 흐트러지는 부분이 있어 아쉽다. 다시 말해 둘째 단락에서 ‘하지만 또∼할 수 있다’라는 표현은 자신의 주장을 뒤집는 발언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서론과 연계하여 ‘공공복리’를 오히려 실현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바꾸는 것이 옳다. 처음 정한 주장이 흐트러지지 않게 글의 흐름을 따져 가며 정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배연실 학생의 글은 ‘정의’의 의미를 놓고 도덕과 법의 영역에서 서로 다르게 인식될 수 있음을 명확하게 제시하였다. 즉 역사적으로 보아도 정의의 실현이 기존의 법과 질서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음을 상기시켜 준 것이다. 특히 결론에서 ‘정의가 법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근거로 홍길동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부분은 충분한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표현이다. 그러나 결론에서 ‘법적으로 어긋나지 않는 방법’으로 일을 처리하면 된다는 의견을 밝혔는데, 이 부분에서 법적으로 어긋나지 않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 수 있는지 까지 제시해 주었다면 좀 더 참신하고 명확한 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논술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과 의견 차원에서 멈추지 말고 확실하고 정확한 논조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두 학생 모두 관념적이어서 다소 난해하게 판단될 수 있는 정의의 문제를 ‘공공복리’의 차원에서 잘 접근하였다. 이렇듯 다양하게 판단될 수 있는 문제일수록 자신이 정한 기준에 따라 내 주장의 시작이 어디이며, 끝이 어디인지를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

김재필 LC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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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논제 써서 보내요

올해도 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사회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뜻 깊은 행사들이 이곳저곳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좋은 일을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불우 이웃을 돕는 시민들이 종종 있다. 이렇듯 불우 이웃을 돕는 과정에서 자신의 지위나 신분을 밝히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밝히지 않고 돕는 것이 나은지 각자의 견해를 글 (가)와 (나)의 내용을 바탕으로 6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 제시문

오늘날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웃이 어려운 처지에 놓였을 때 상부상조의 미덕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어려운 이웃을 도울 때, 사소한 잘못으로 이웃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일이 있다. 예컨대, 수해 현장에 자원 봉사를 나가서 평소 습관대로 노래를 부르고 다닌다든지, 불량한 용모와 옷차림으로 보육원이나 양로원에 자원 봉사를 나가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위 등을 들 수 있다. 이웃을 도울 때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에 유의하여야 한다.

* 인간적인 관심을 가지고 여러 방면으로 힘껏 도우려 노력 한다.

* 당황스러운 일이 있더라도 내색하지 말고 다정하고 상냥하게 대한다.

*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하고, 상대방의 말을 많이 들어 주며, 친근하게 대한다.

* 쉬운 일만 골라서 하지 말고, 어려운 일일수록 더 열심히 한다.

* 예의를 지키고, 눈에 거슬리지 않는 검소한 복장을 한다.

* 오랜 시간 봉사를 할 경우에는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 물질적, 금전적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한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마음은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다. 이러한 정신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이웃이 처한 실정에 맞는 예절을 미리 잘 알고 익혀서 이웃을 도와야 한다. [중 1 도덕 255쪽]

광주의 한 익명의 독지가가 일 년 넘게 매월 수백만 원을 불우이웃돕기에 내놓고 있다.

광주 서구에 따르면 한 40대 초반의 남자가 구청 민원실에 전화를 걸어 온 것은 지난해 10월. 그는 “의료비가 많이 들어가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 구청이 대상자를 추천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잠시 후 대리인을 보내 불우이웃 4명의 계좌번호를 전해 받으면서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이때부터 4명의 통장에는 매월 50만 원이 입금됐다.

이 남자는 올 4월 다시 대리인을 보내 “더 많은 사람을 돕고 싶다”고 요청한 뒤 400만 원을 보내 와 구청 측은 수혜자 1인당 20만 원으로 액수를 줄이는 대신 20명으로 늘렸다.

이어 그는 올 10월 구청에 직접 찾아와 “내가 보낸 돈이 잘 쓰이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며 “앞으로 기탁금을 매월 1000만 원으로 늘리겠다”고 말하고는 사라졌다. 구청 직원들이 “이런 고마운 일을 하는데 신분을 밝혀야 하지 않겠느냐”고 통사정했지만 “꼭 비밀을 지켜 달라”며 종종걸음으로 구청사를 빠져나갔다.

구청 측은 10월부터 이 돈을 기존 20명에게 각 20만 원, 모자가족 소년소녀가장 등 120명에게 5만 원씩 나눠 송금해 이 독지가의 뜻을 전하고 있다. [동아일보 기사]

박승렬 LC교육연구소장

◎ ‘다음 논제 써서 보내요’에 대한 글을 다음 주 월요일까지 보내 주세요. 글 가운데 일부를 선정해 첨삭지도를 해 드립니다.

글 보내실 곳: www.easynonsul.com → 중학논술 → 논술클리닉(www.easynonsul.com/Middle/Cli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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