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시사이슈로 생각 넓히기]두발자유화 논쟁

  • 입력 2006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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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14일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서 학생인권수호전국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두발 제한 폐지를 위한 거리축제’ 현장. 학생들이 청소년 두발 규제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14일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서 학생인권수호전국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두발 제한 폐지를 위한 거리축제’ 현장. 학생들이 청소년 두발 규제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8월 일부 여야 국회의원들은 두발 규제에 대한 선언적 입법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두발 규제는 폭력적 문화로 더는 학교에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이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학생 인권을 살려주자는 취지이다. 하지만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그 반대 논리가 존재한다.》

민주주의란 주권을 지닌 국민이 다원화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치제도이다. 이러한 제도 아래에서는 갈등관계가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법이라는 제도를 통한 조정과정이 필요하다. 일례로 고대 철학자인 소크라테스는 ‘동의에 기반한 일관성의 법 원칙’에 따라서 스스로 독배를 마시고 죽었다. 아테네 시민이 동의하고 소크라테스 자신이 시민 중 한 사람이라면 마땅히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논리에서였다. 그렇다면 다원화된 사회에서 동의를 기반으로 하는 법 정신과 현실적인 여건 사이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두발 문제를 살펴보자.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독재자가 자신의 욕심에 따라 국민을 세뇌시키고자 하는 현상 중 하나를 두발 규제라고 한다면,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으니 이를 다시 생각해 볼 만한 시점이 되었다. 그러나 사회적 관습은 그리 쉽사리 변화되지 않는다. 두발 규제에 대한 반대 논리 또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게 현실이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들이대는 두발 자유화의 근거는 바로 헌법이다. 헌법 제12조 1항에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최상위 법이 헌법이고, 그 법에 국민의 신체 자유를 명기했다고 하면 이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학생 개개인은 당연히 ‘국민’이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두발 자유화의 근거로 개인의 개성을 살릴 수 있고, 이에 따라 개인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 논리도 만만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즉 두발 단속은 판단능력이 완성되지 않은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며 학생 자율에 두발을 맡길 경우 탈선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청소년들을 위한 안전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다면 두발 규제에 대한 철폐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두발 규제를 폐지한다면 또 다른 혼란이 가중된다는 논리이다.

‘대학 입학’을 두발 자유화 반대의 논거로 제시하기도 한다. 12년간 계속되는 공교육의 최종 종착지가 (학력적인 측면에서) ‘대학 입학’이라고 한다면, 굳이 쓸데없이 두발 규제 자유화를 외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머리에 신경 쓰는 시간 때문에 학업에 정진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말이다. 사회에 진출해서 직장생활을 하는 성인의 경우에도 때론 그 조직에서 강요하는 두발과 복장에 수긍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학생에 대한 두발 규제만을 인권유린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두발 문제는 지엽적인 것이니 공부에나 신경 쓰라”는 태도다.

논리학에 ‘딜레마’ 논증이란 게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을 의미하는 논증이다. 두발과 관련된 예를 들어보자. 삼식이가 두발 자유화를 하면 학력적인 면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반대로 삼식이가 두발 규제를 당한다면 법적 인권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두발 규제는 하든가 안 하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다. 따라서 삼식이는 어떤 경우에도 학력의 문제이든, 아니면 법적 인권적인 부분에서 필히 문제가 발생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 이와 같은 논증은 올바른 논증일까? 두발 자유화를 하면 왜 학력적인 면에서 문제가 발생할까? 이런 주장의 경우는 주장을 입증할 면밀한 근거가 필요하다. 또한 두발 규제를 하면 왜 법적 인권적인 문제가 발생하는지 타당한 근거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두 가지 선택조건 중 한쪽을 반박할 수도 있고, 아니면 제3의 대안을 만들 수도 있다. 교육이 백년대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학생, 학부모, 교사들 간의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할 방법이 있을 것이다. 물론 이들 상호 간 인격적인 배려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낙오한다. 이제라도 합리적인 안경을 새로 맞추어서 서로 자유로운 사유의 활동을 전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주주의란 사회적 관습을 지키는 것만이 아니라 동의에 의해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기

민주주의가 개인의 인권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 사회적 관습과 인권이 부딪치는 경우 어떤 합리적인 해결책을 생각할 수 있는지를 두발 규제와 관련해 생각해 보자.

인천 대건고 정용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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