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담장 허문 자리에 情이 차곡차곡

  • 입력 2006년 12월 6일 03시 01분


코멘트
아파트도…지난해 아파트 단지 울타리를 허물고 화단을 조성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우성아파트.
아파트도…
지난해 아파트 단지 울타리를 허물고 화단을 조성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우성아파트.
주택가도…올해 10월 주택 담장을 허문 뒤 주차공간을 만드는 ‘그린파킹’ 사업을 실시한 서울 구로구 구로본동.
주택가도…
올해 10월 주택 담장을 허문 뒤 주차공간을 만드는 ‘그린파킹’ 사업을 실시한 서울 구로구 구로본동.
캠퍼스도…지난해 대학 담장을 허물고 녹지를 조성해 주민에게 개방한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명지대.
캠퍼스도…
지난해 대학 담장을 허물고 녹지를 조성해 주민에게 개방한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명지대.
《서울 곳곳에서 담장이 사라지고 있다. 관청과 중고교 등에서 시작된 담장 허물기가 아파트와 단독주택, 대학캠퍼스로 확산되고 있는 것. 이웃 간의 정까지 가로막던 ‘벽’이 내려앉으면서 도시 곳곳에 사람 냄새나는 공간이 생겨나고 있다.》

▽아파트 담 허물어 휴식 공간=성인 키 높이의 담장이 단지 안팎을 가르던 용산구 원효로4가 삼성아파트. 올해 8월 단지 입구 양 옆으로 130m가량 담을 헐고 녹색공간을 꾸몄다.

주민들은 처음에 “멀쩡한 담장을 왜 허무냐”며 반대가 심했다. 도로변이라 소음이 크지는 않을지, 도둑에 무방비 상태가 되진 않을지 불안해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입주자 대표 임형성(46) 씨는 “이웃끼리 서로 얼굴도 모르고 살았는데 공통의 화제가 생기면서 왕래가 잦아졌다”며 “이제는 관리비로 모은 기금 3000만 원까지 들여 화단을 가꾸는 등 주민이 먼저 나선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에는 구로구 신도림동 우성아파트 등 10여 곳이 담장을 허물었거나 허물고 있다. 담을 허문 아파트들이 생활환경이 좋아져 값이 오르자 담장 허물기를 추진하는 곳도 11개구 42개 단지로 늘었다. 서울시는 예산 30억 원을 확보해 내년에 16개 아파트 단지의 담 허물기를 지원할 예정이다.

▽주택 담 허물어 주차공간=승용차가 겨우 빠져나올 만큼 골목이 비좁았던 구로구 구로본동 466. 주민들은 날마다 차를 먼저 세우려고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자다가 일어나 차를 빼 줘야 하는 일도 있고, 아침에 나가 보면 차가 부서져 있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10월 주택 담장을 허물어 주차난을 더는 ‘그린파킹’ 사업이 시작된 후 상황은 달라졌다.

주차 공간이 2배 이상 늘고, 골목길이 말끔히 정비되면서 이웃끼리 얼굴 붉힐 일이 없어진 것은 물론이고 높았던 마음의 벽도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

주민 박영호(53·여) 씨는 “이제는 골목이 지저분하면 내 집 네 집 할 것 없이 서로 치운다”며 “내년 여름엔 이웃 마당을 돌며 먹을 것을 나눠 먹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에는 주차난을 덜기 위해 올해만 해도 364개 골목, 주택 4667동의 담장이 헐렸다. 서울시는 2012년까지 모든 주택가를 ‘그린파킹’ 마을로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대학 담 허물어 주민 개방=가까이 있지만 높은 담으로 막혀 멀게만 느껴졌던 대학. 이런 대학의 담장 허물기는 대학이 지역사회에 한 걸음 다가서는 계기가 되고 있다.

노원구 공릉동 서울산업대는 지난해 캠퍼스를 둘러싼 회색 담장을 시원스레 털었다. 대신 나무를 심고 벤치를 놓아 휴식공간을 만들었다. 인근 아파트 쪽으로는 통로도 새로 냈다.

지역 주민들은 ‘우리 공원’과 ‘우리 학교’를 동시에 얻었다. 공원 산책하듯 대학 앞을 지날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대학이 한결 친근해진 것.

산업대 옆 동부아파트에 사는 김금임(55·여) 씨는 “학교를 자주 찾아도 예전엔 이방인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이젠 동네 공원처럼 편하게 드나들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서울에는 2002년부터 고려대, 숭실대 등 13곳이 담장을 허물었고, 한양대 등 4곳이 공사를 하고 있거나 추진 중이다. 서울시는 앞으로 서울 소재 42개 대학의 담장 허물기를 시비로 전액 지원할 계획이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